요즘 피는 꽃... ‘자마구’라 불리는 벼꽃
신비스러운 벼꽃, 그 비밀을 벗겨요?
요즘 들판에 나가보면 조생종 벼 이삭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벼꽃이 핀다고 하면 “벼도 꽃이 피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벼꽃은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으면 일시에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벼꽃을 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벼도 식물이기 때문에 분명 꽃이 피고 꽃가루도 있어 수분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로 벼알이 생기고 가을이 되면 탱글탱글 속이 찬 낟알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람의 눈에 잘 띠지 않는 신비로운 벼꽃. 요즘 들녘의 논에 나가보면 벼꽃을 볼 수 있다.
‘자마구’라 불리는 벼꽃
농촌에서는 흔히 벼꽃을 부르는 말로 ‘자마구’라 한답니다. 이 자마구를 보려면 요즘 벼가 심긴 들판으로 나가면 벼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벼 이삭이 한참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벼꽃은 작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면 하얀 가루가 묻은 것 같이 보입니다. 꽃은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 등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8월 초순부터 9월 초순까지 볼 수 있답니다.
근접 촬영한 신비스러운 벼꽃의 모습. 하얗게 보이는 것들은 벼꽃의 수술의 모습이다.
암술 1개에 수술은 6개
신비스러운 벼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1개의 암술에 6개의 수술로 이루어 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벼꽃은 흔히 제꽃받이(자가수분)를 합니다. 벌이나 나비 등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것을 타가수분이라고 합니다. 자가수분하는 벼꽃은 바람이 불면 살랑살랑 흔들리며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에 떨어져 수분이 이루어집니다.
보통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을 개화라고 하는 데, 벼꽃이 피는 것은 개화라 하지 않고 출수라고 한답니다. 즉 이삭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벼꽃은 암술 1개(아래쪽에 보이는 하얀 털모양), 수술 6개(윗쪽 보이는 덩이)의 구조이다.
벼꽃이 피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벼꽃이 가장 많이 피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경까지입니다. 벼 껍질이 아래 사진처럼 반으로 갈라지며 먼저 수술이 천천히 위로 올라오는데 암술은 껍질 속에서 보일 듯 말 듯합니다.
여섯 개의 수술이 하나하나 밑으로 늘어지기 시작해 약 2시간쯤 걸려 다 늘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벌어졌던 껍질이 다시 닫힙니다. 그 사이 수술의 꽃가루가 떨어져 암술에 닿게 되고 수정이 이루어지게 된답니다.
우리가 먹는 주식인 밥의 쌀 한 톨 한 톨이 저렇듯 하나하나의 벼꽃이 피고 거기 알이 차서 여물어 된 것입니다.
벼꽃의 구조. 두개의 껍질 속에 1개의 암술과 씨방, 6개의 수술(꽃밥)로 구성돼 있다.
벼꽃이 피는 기간은 3~5일로 짧아
벼 이삭 1개에는 보통 90개에서 150개 정도의 알이 달리는데 이 모든 알의 꽃이 모두 피는 데는 3∼5일 정도로 짧게 걸립니다. 대부분의 꽃이 핌과 동시에 2시간 이내에 자가수분을 하기 때문에 벼꽃을 일생은 참으로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벼 꽃이 수정된 후의 과정은 암술의 씨방 내부의 배젖조직이 급속히 형성되면서 동시에 줄기와 잎에 있던 탄수화물이 벼 이삭으로 이동하여 알을 채우게 됩니다. 바로 배젖 세포 속에 녹말알갱이로써 알을 채우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답니다.
벼꽃이 피고 수분이 끝난 벼이삭에 앉아 한가로이 짝짓기를 하고 있는 무당벌레 부부.
이제 며칠 지나 벼 이삭을 터뜨려보면 하얀 액체 같은 응어리진 상태의 녹말이 들어 있는 걸 볼 수 있고, 추석이 임박한 9월 중하순경이면 벼알이 꽉 차서 누렇게 변해 수확을 하게 된답니다.
여름철 논에 나가보면 벼꽃은 물론 거미, 무당벌레, 물방개, 잠자리, 메뚜기 등 수 많은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답니다. 벼논은 생명이 살아 숨쉬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답니다.
아이들에게 매일 먹는 밥의 주 원료인 쌀을 생산하는 벼꽃을 보여주고 농업과 식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보람있는 투자가 될 것입니다.
< 김용길 / 농촌진흥청 정책홍보담당관실 ☎ 031-299-2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