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9

4월 대설주의보

남해안의 창원지역은 지난밤에 강풍이 불고 소나기가 내렸고 집 앞 공원의 소나무 갈피와 낡은 낙엽들이 안마당까지 날아와 지저분했지만 오늘 아침 일기예보 중 강원지방은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었다.이른 아침의 농원에는 사흘 전부터 피기 시작한 철쭉과 명자꽃이 활짝 만개되었다. 4월 중순이면 봄이 무르익어 아지랑이 피듯 졸릴 법도 하지만 집안에 있으면 찬기운이 종아리에 감돌아 무르팍이 스럽고 농원에서 몇 삽이라도 흙을 파 뒤엎을 량이면 대번에 등줄기에 땀이 차 흐른다.봄기운에다가 겨울 냉골이 교차해 부대끼는 형국이니 봄꽃들조차 냉탕 온탕에 어리둥절하다.

봄이 오는 소리

전국적으로 눈비가 사흘 내렸다.집 앞 삼각공원의 키다리 소나무 머리는 둠칫 둠칫 춤을 추며 비에 젖은 묵은 솔갈비를 털어내고 있다.앞마당의 정돈된 모란가지에는 붉그스레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쏘옥쏘옥 크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봄이 오는 소리도 들린다. 나흘 전에는 스프링쿨러를 가동시키느라고 보지 못했던 농원의 양지 바른곳에는 수선화와 상사화도 새순을 열심히 올리고 있다.수선화무리주위에 깻묵 발효거름을 놓아주었다.

항아리김치

지난해 12월 14일에 농원의 장대소나무 아래의 송근주 제조 후 생긴 구덩이에 항아리에 묻어서 발효시킨 김장김치를 김치냉장고로 옮겼다.당초계획은 6월에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전통주모임의 회원 여러분들(지하저장고 유경험자)께서 초여름까지 가면 김치가 과숙되어 초김치가 되고 그럴 경우, 씻어도 군내가 나기 때문에 먹을 수 없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 일정을 당겨 김치냉장고로 옮겨 저장키로 했다.마침 김치통 3개가 비게 될 즈음에 실행에 옮겼다.현장에서 항아리 속에 보이는 김장무 한 개를 집어서 맛을 보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심심한 청량감 있는 김장무로 숙성되어 있었다.김치국물에 식은 밥을 말아먹었던 어린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상기되었다. 한번 베어 먹을 때마다 스텐젓가락에 꽂힌 김장무가 뱅뱅 돌아버려 애를 ..

고양이와 오리발

현재 농원 주변의 들고양이는 노란 털의 어른고양이 3마리와 올해 태어난 애기고양이 3마리가 농막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성숙한 개체는 농원의 숲에서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딱새, 박새, 참새류 등의 둥지를 공격하여 알을 섭취하거나 야간에는 눈이 멀어 꼼작하지 못하는 개체를 직접 잡아먹은 후 희생된 깃털만 남겨놓고 사라진다.며칠 전에는 농막온실에서 제법 몸집이 큰 견갑골에 노란색의 오른쪽 다리가 연결된 사체가 발견되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목부분의 깃털 몇 개만 달려있고 뼈에는 살점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어쩌는가 보기 위해 그대로 두었더니 이틀 후 다리 부분의 살점이 뜯긴 흔적이 있는 것 보아 추측건대 젖을 뗀 애기고양이의 먹이공급 또는 생존본능을 훈련시킬 목적의 도구로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희생된 사..

2차 김장

지난 12월 4일에 강원도산 배추 10 포기를 구해 소금절임 후 갈치속젓과 새우젓을 혼합한 태양초 고춧가루로 양념한 1차 김장을 하였으나, 열흘 후 계획에 없었던 2차 김장을 또 했다.김치냉장고 공간이 항상 부족하다가 농원에서 송근주를 숙성시켰던 술독이 차지했던 땅밑의 공간이 김장김치의 자연냉장고 역할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동업자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대번에 실행된 것이다.강원도산 배추는 이미 품절되었기에 김해산 배추 10 포기를 구입하고 소금 간 절임하고 양념 만들고 하는 기본적인 노동은 생각 발견자인 동업자가 일사천리로 준비하였으나 김장독 묻을 구덩이와 빗물고랑 파기와 운반하는 모든 일은 열심히 도와드릴 수밖에 없다.농원의 김장독 묻는 일을 마치고 마금산온천에서 온천욕을 한 후 자연산 고딩 들깨탕으로..

태복산 숲속 나들이 길

태복산(253m)은 분지형 창원시의 의창구에 위치하는 산으로 살고 있는 동네의 단독주택지 외곽의 백운사에서 출발하여 정상까지 거리는 약 1.5km로 표시되어 있지만 태복산 언저리의 각 동네마다 골목길 같은 숲 속길이 뚫려있어 고만고만한 소박한 주민들의 놀이터 겸 체력단련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편안한 산이다.코로나 시국에도 마스크를 쓰고서도 틈틈이 숲 속나들이 하였으나 동업자왈 '편백나무가 조림되어 있는 살평상과 나무벤치가 놓여있는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흘려들을 수없어 평소와 다른 숲 속길로 깊게 들어갔다.인적은 드믄드믄 하였지만 연세가 지긋하신 분과 중장년의 등산애호가들께서 한창 인기가 유행하고 있는 맨발 걷기에 여념이 없으셨고 건강에 도움이 되시냐는 질문에 등산화보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법수홍련과 아산백연

남해안에 접한 창원지방은 장마기간 중 강수량은 적어서 사흘에 한번 정도 간격으로 연못에 지하수를 보충할 정도였지만 밤낮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그렇지만 중부지방에 집중된 장맛비는 5 시간동안 200mm가 내리는 홍수로 변해 여러 곳에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혔다.농원의 연못에는 법수홍연과 아산백연이 만발하고 있는데 법수홍연은 함안군 법수면에 자생하는 홍연의 씨줄기를 함안군의 지인께서 선물한 품종이며 아산(온양) 백연은 십수여년 전에 시중에서 씨줄기를 구입한 품종이다.

연꽃개화

온실 안의 화분에 심긴 소형꽃연이 개화한 후 45일 후 연못의 연꽃이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고 법수홍연은 꽃잎을 펼쳤다가 오후가 되니 다시 오므렸다. 흰 꽃대는 아산(온양) 백연이며 내일이면 꽃망울이 터질 것이고 개화기간은 보통 3일 내외로 폈다가 오므렸다가를 반복하다가 꽃잎이 스러지며 연밥이 여물게 된다. 장마기간 중에 개화기간이 겹치는 경우가 많으나 8월 중순까지 연꽃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비파열매

집 담벼락에 심긴 비파나무에 노란 열매가 맺혔다. 나무 바깥 쪽의 가지에 달린 잘 생긴 열매는 직박구리나 까치가 입질을 해 되는 바람에 성한 것이 드물고 속가지에 달려서 햇볕이 부실하고 통기성이 불량한 못생긴 열매만 조금 수확했다. 작년 연말에 자잘한 흰꽃봉오리 타레를 본 것은 같은데 언제 꽃이 핀지도 모르다가 담외벽 가지에 노란 열매 몇 개가 늘어져 있었고 이미 새들의 입질흔적으로 과일의 가치를 잃어버린 후였다. 고지 전지가위로 애를 써서 열매를 수확했지만 예년의 실적의 반이다. 따는 동안에 현관옆의 치자꽃 향기가 마당에 가득하니 별로 힘들지 않았다. 마당의 치자꽃은 장마와 궁합이 맞는지 거의 빗속에서 피곤했었는데 올해는 맑은 날에 피어서 그런지 흰색이 더 진하고 향기도 더 많이 풍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