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산청한방약초연구소 주최의 '동의보감 강좌'의 일부분으로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신순식 교수의 강의 내용을 발췌하여 요약한 것이다.
허준 선생은 1539년(중종34년)~1615년(광해군)까지 생존한 조선 중기의 의인(醫人)이며 호는 구암(龜巖)이다.
동의보감은 1596년(선조 29년)에 왕명을 받아 편찬을 시작하여 15년 만인 1610년(광해군 2년)에 완성되었다.
동의보감은 목록 2권을 포함해서 내경편 4권, 외형 편 4권, 잡병 편 11권, 탕액 편 3권, 침구 편 1권 등 총 25권 25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허준의 의학사상은
1)고려말부터 일어난 향약(鄕藥)의 개발과 향약 방서의 저술 등 자주적인 민족의학의 수립이 조선 초기에도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조선초부터 활발하게 된 중국과의 교류로 중국의학을 수입 연구한 바탕에 의해 동의보감을 저술할 수 있었다.
2) 서문과 집례 문을 통하여 본 동의보감의 특징은 한의학의 본의를 해명함에 있어서는 도교의 철리(哲理)를 원용하였고 질병의 치료는 내경의 본지(本旨)에 근간을 두었다.
3) 동의보감의 인용의 서는 83종이고 기타 참고서적을 합하면 약 200종에 달하는 대단히 많은 종류의 도서를 인용하였으며 전체 빈도수는 내경(內經), 의학 입문(醫學入門), 단계 심법(丹溪心法)을 가장 많이 인용하였다.
4) 허준의 양생 분야의 의학사상은 다음과 같다.
가)허준이 양생(養生) 사상을 중시하게 된 것은 치료의학적인 면보다 예방의학적인 면에 치중하였다.
나)허준의 인체관은 인간이 소천지(小天地)라는 천인합일론(天人合一論)에서 출발하여 도교에서 인체의 삼보(三寶)로 중요시하는 정기 신론(精氣神論)을 대폭 수용하였는데 주로 현실적인 생명활동에서 작용하는 후천 정기신(後天 精氣神)의 이론만 받아들였다.
다) 허준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수단으로 도인법(導引法)을 대폭 수용하였다.
5) 허준의 치료 분야의 의학사상은 다음과 같다.
가) 동의보감에서는 내경을 중시하여 각 문(門)의 논술은 거의 내경의 인용문으로 시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편차에 있어서도 내경의 편차 양상과 거의 흡사함을 알 수 있다.
나)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우리나라 의서로는 최초로 운기론(運氣論)을 도입하였다. 단 인체 병리를 이해하는 한 방편으로만 이용하였다.
다) 허준은 향약을 애용하여 향명, 산지, 채취 시월(採取時月), 음양 건 정법(陰陽乾正法)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각 문의 끝에 단방 요법(斷方療法)을 붙였는데 그는 향약을 개발 정리하여 부흥시켰다.
라) 중국은 우리나라와 기후 풍토가 다르므로 질병 발생과 치료방법이 같을 수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중풍과 상한(傷寒) 중심의 중국의서와는 편찬 내용을 달리함으로써 자주적인 민족의학을 수립하였다.
마) 방대한 문헌을 참고하고 그 출전을 밝혔으며 병론(病論)과 방약을 빠짐없이 채록하여 이(理), 법(法), 방(方), 약(藥)을 모두 갖추어 정연한 한의학 체계를 세웠고 실증적이고 실용적인 한의학의 발전을 고취시켰다.
동의보감은 2009년 7월 31일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동의보감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의의를 살펴보면
첫째, 그 내용에는 일부 도교적인 후생 실용주의(厚生實用主義)를 채용하고 있다.
둘째, 향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향약의 보급과 이용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방대한 참고문헌을 통해 풍부한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 실용의 서(醫書)이다.
넷째, 동의보감은 한국의 의학 수준을 세계에 과시한 실용의 서로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섯째, 동의보감에서 허준은 한국 의학을 하나의 독립된 의학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중국의 의학을 북의 와 남의로 나누고 우리나라를 동의(東醫)라 칭하면서 단지 동쪽에 있다는 지역적인 이유가 아니라 한국 의학이 중국과 대등한 의학적 전통과 수준을 지니고 있는 독립된 의학임을 주장하였다.
*본 무료강좌를 주관하고 있는 산청한방약초연구소의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강의해 주신 신순식 교수님의 노고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