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중순에 하얀 깃털처럼 생긴 밤꽃이 피고 바람 한번 몹시 불더니 어느새 작은 밤송이가 맺혀 있다. 작년 여름 태풍에는 꼭대기 굵은 가지가 꺾여 부러져 자연적인 강전정이 이루어지고 남은 가지의 수세가 강해지는 효과가 생기는 바람에 잎의 크기도 훨씬 커지고 수도 많아졌다. 게다가 건계분 퇴비 세포대 터트려 나무 밑에 던져 주었더니 밤나무 잎새가 닭장 울타리 안까지 축 늘어져 토종닭들이 연둣빛이 뚝뚝 떨어지는 밤나무 새잎을 수시로 쪼아 먹기도 한다. 밤나무 가지가 부러지기 전에는 밤송이가 높은 가지에 맺혀 밤송이의 존재를 미쳐 인식하지 못하다가 낮은 가지에 맺힌 애기 밤송이를 보니 새삼 그 존재가 새롭기까지 한 것은 웬일일까? 한들거리는 밤나무 가지에서 밤송이 속의 밤톨의 무게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