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폭염과 열대야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찾아온 가을은 자연의 법대로 태풍 '링링'과 '타파'가 약 보름 간격으로 요란스럽게 한반도를 흔들었지만 사람보다 훨씬 작은 곤충 무리들은 그런대로 슬기롭게 잘 적응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웬 풀벌레 소리가 현관 입구에서 들려와 살펴보았더니 태풍 때문에 들여놓은 화초 잎에 여치를 닮은 벌레 한 마리가 날개를 비비면서 우는(?) 소리였다. 이 소리는 근처 야산의 풀숲에서나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라 약간은 당황스럽지만 귀한 소리를 듣게 해 준 벌레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주위 환경이 흐트러지지 않게 해 주고 한참 동안 가을 소리를 감상했다. 혼자 가을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고 이 미물이 찾아온 어떤 사연이 있는 것도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