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사나흘 소나기를 퍼 붇더니 다시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다.
서늘한 새벽에 낫질이라도 해 볼양으로 농원에 도착해 보니 농원은 새들의 천국이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작은 새, 큰새가 마치 동물원의 새장 안처럼 정신없이 지저귀며 날아다니느라고 북새통이다.
조경수 밭에도, 주전부리로 심어 놓은 대추토마토와 고구마 밭에도, 잡초 천지로 변해 있는 지라 어디서부터 낫질을 할까 꾀를 내면서 이곳저곳을 들러 보는데 대가리에 작은 깃털을 걷추세운 어른 팔뚝 길이만 한 검은 새가 아로니아 밭에서 훌쩍 날아오르면서 필자를 놀라게 한다.
아로니아 열매가 나무 밑에 흩어 저 있는 것을 보니 열심히 따먹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눈에 특효가 있다'라고 해서 애지중지 관리하고 있는 약초나무 열매를 몰래 손님들이 먼저 시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무에도 그 흔적이 적지 않다.
열매가 축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초가을 수확할 때만 기다렸는데 대책을 생각해야만 했다.
한편으로는 괘씸한 생각이 아니든 것은 아니지만 점잖게(?) 도둑질을 막는 방법은 허수아비에게 보초를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낫질은 제쳐 두고 즉흥적으로 허수아비 만들기를 시작했다.
온실에 있던 부자재를 최대한 활용하여 약 한 시간 동안 허수아비를 만들기를 끝내고 아로니아 밭에 세워 놓고 보니 그럴싸한 허수아비가 탄생되었다.
얼마나 새 피해를 막을 지는 몰라도 새들 덕분에 난생처음 허수아비까지 만들어 보았다.
사진 1 허수아비 모습. 양손에는 속에 볼트를 달아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나도록 장치한 빈 맥주깡통을 들게 했다.
사진 2 아로니아 밭과 허수아비.
사진 3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아로니아를 뚫어져라 지켜보는 허수아비. 즉시 임무에 착수했다.
사진 4 아로니아 과육이 크면서 익어가는 모습. 새 피해의 흔적이 보이고 몇 개를 따먹어 보니 아직까지 단맛이 덜하고 신맛이 강하다.
사진 5 위와 같음.
사진 6 위와 같음.
사진 7 허수아비가 아로니아 밭을 위로 쳐다보면서 서 있는 옆모습.
사진 8 허수아비의 골격. 벚나무를 전정한 나뭇가지를 십자 모양으로 결속하여 뼈대로 사용했다.
사진 9 허수아비의 얼굴. 노란 보자기에 온실 만들 때 쓰고 남은 카시미론 솜을 속에 넣어 얼굴을 만들고 전각용 가는 붓(細筆)으로 먹칠하여 눈코 입을 그려 넣었다. 가는 붓이라서 굵게 선을 그리지 못했다. 모자는 필자가 농원을 만들 때부터 쓰고 다닌 작업모를 허수아비에게 선물(?)하였다.
사진 10 직장 생활할 때 많이도 입고 다녔고 농원 작업복으로 입은 낡은 와이셔츠 윗 주머니에 먹물로 허수아비의 이름을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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