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온 듯 겨울답지 않게 날씨가 온화하다. 바람이 잘고 따뜻한 양지 녘에는 잡초까지 새파랗게 자라고 있다. 사람들이 나 다니기가 부드럽다. 살을 에는 송곳바람이 겨드랑이로 사 타리 새로 휘몰아 스며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그런 진짜겨울보다 훨씬 좋다. 찬 바람이 세게 부는 겨울이 되면 가끔 육십 년대의 국민학교 시절을 떠 올리게 한다. 그때는 누구나 깜장 고무신에 옳게 생긴 장갑 하나 없이 겨울을 나야 한다. 손등은 어김없이 거북등처럼 갈라져 붉은 피가 맺혀있기가 여 반사이고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목과 귓바퀴에는 언제나 때가 꽤째째하기가 일쑤이다. 따뜻한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치면 거지가 따로 없는 행색으로 양지바른 담벼락에서 말타기 놀이, 고무줄놀이로 추운 겨울을 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