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길을 그냥 갈 것이지 한반도 서해로 방향을 튼 태풍이 전남지방과 서해안에 많은 피해를 주고 북상하였다. 이전에는 통상 중국으로 상륙하던 태풍이 한반도 나들이를 즐기는데 영 반갑지가 않다. 화면을 채우고 있는 과수 농가들과 전복 양식 어민들의 눈물이 가슴을 아린다. '상처는 상처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라고 어느 시인이 절규하였듯이 동병상련의 농사꾼 마음이다. 농원에도 작은 피해가 있다. 무리로 심은 해바라기들이 절반은 누워버렸고 소나무 밭에서 제일 키큰 해송의 윗가지가 부러져 버렸다. 솔밭 그늘속의 해바라기는 무이파가 얼마나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던지 패잔병처럼 흐느적거리고 있다. 연못의 선잎들도 센바람에 편안히 그냥 누워버렸다가 허리를 세워보려 하지만 불가능하다. 한번 구부러지면 곧게 펼 수 없는 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