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하동역! 그리운 것이 어째서 시골의 역사(驛舍)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되씹고 곱씹어 보았지만 비록 생명이 없는 것이라고 해도 필자에게는 그리운 것의 하나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은 분명하였다. 십여 년 전 숙소에서 외톨이로 생활하다가 일주일 만에 가정이 있는 창원으로 퇴근하는 주말부부로 생활하기를 2년 남짓하였다. 토요일 오후 우등 열차를 타면 으레 들을 수 있는 시골 아낙네의 투박한 시끄러운 사투리가 그리운 것일까? 아니면 사월의 벚꽃 계절에 기차 차창으로 우수수 떨어지곤 하는 꽃비의 낭만이 그리운 것일까? 이도 아니면 한여름의 나른하고 지루한 역 휴게실에서 무료하게 돌고 있는 낡은 선풍기의 느릿한 날개소리-또는 기차를 기다리며 깜박깜박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들을 졸음의 늪에 깊숙이 빠트리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