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그리운 하동역

왼다리베드로 2008. 8. 3. 11:42

그리운 하동역!

그리운 것이 어째서 시골의 역사(驛舍)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되씹고 곱씹어 보았지만

비록 생명이 없는 것이라고 해도 필자에게는 그리운 것의 하나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은 분명하였다.

십여 년 전 숙소에서 외톨이로 생활하다가 일주일 만에 가정이 있는 창원으로 퇴근하는 주말부부로 생활하기를 2년 남짓하였다.

 

토요일 오후 우등 열차를 타면 으레 들을 수 있는 시골 아낙네의 투박한 시끄러운 사투리가 그리운 것일까?

아니면 사월의 벚꽃 계절에 기차 차창으로 우수수 떨어지곤 하는 꽃비의 낭만이 그리운 것일까?

이도 아니면 한여름의 나른하고 지루한 역 휴게실에서 무료하게 돌고 있는 낡은 선풍기의 느릿한 날개소리-또는 기차를 기다리며 깜박깜박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들을 졸음의 늪에 깊숙이 빠트리려는 듯 울어대는  매미들의 무더운 소음도 그리운 것이 될 수 있을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전형적인 농촌지역에서 생활한 정년퇴직한 소시민이 흔히 느끼는  과거에 집착하는   이력(裏歷)이 그리운 것에 속할 수 있는 것일까?

역사에 들어서서 잠시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회상에 잦아들고서야  여름휴가의 목적지중에

불현듯 끼어든 곳이 하동역이 되어버린 알 수 없는 이유가 되었고

어떤 갈증이 해소되는 해방감을 맛볼 수가 있었다.

 

마침 순천발 부산행 우등 열차가 역사로 진입하고 있었다.

사진 1 하동역 전경.                                                                                이하 080801 촬영 

 

사진 2 역내로 진입하는 순천발 부산행 우등 열차의 모습. 기차만 보면 역마살의 기운을 느낀다.

 

 사진 3 내리는 손님이 타는 손님보다 많다. 열차 뒤로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보인다. 벚꽃철이면 기차 차창으로 꽃비가 하얗게 내린다.

 

사진 4 발차와 종착역의 이정표가 보이며 벚꽃나무의 규모가 객차와 대비되어 확연히 구분된다.

 

사진 5 기차가 떠난 텅 빈 모습. 공허한 쓸쓸함이 진하게 풍긴다. 사진은 진주 방면의 모습.

 

사진 6 하동읍내의 풍경이 잔잔하게  보인다. 

 

사진 7 키다리 해바라기 무리 옆에서 추억의 잔상을 다시 확인해 두고 있다.

 

 사진 8 하동역사 앞에 설치되어 있는 준공 기념비. 아련한 역사(歷史)의 파편이 여전히 녹슬고 있다.

 

그래도 아쉬워서 언제 다시 이곳을 찾아볼까 하고 디카의 동영상을 활용하여 떠나가는 기차를 포함한 하동역 플랫폼을 촬영하여 기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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