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오월 셋째 주 일요일은 과수원의 만연한 억새 제거작업을 나섰다.
동업자와 단 둘이서 나선 휴식 시간을 갖기 위한 나들이이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준비한 주먹밥과 오이 등을 나눠 먹으면서 천천히 늦은 봄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과수원으로 향하는 길은 더욱 상쾌하다.
그러나 과수원 현장의 억새풀의 상태는 한나절의 고통을 예고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준비한 방염의 옷차림도 무색하게 작업이 시작되고 십여 분도 지나지 않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평소에도 땀이 많은 체질은 일을 할때에는 여간 불리하지 않다.
농막 주위의 억새는 약 보름 전에 손 낫으로 베어주었건만 어느새 어른 허리 정도 자라 버렸으나 그 줄기는 연약하여 예초기의 칼날에 쉽게 넘어진다.
동업자는 디카를 챙겨들고 과수원 속으로 사라지더니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과수원 속 노랑꽃 창포를 찍는 가 했더니 새로운 농로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더니 한 시간쯤 뒤에 돌아왔다.
농로 공사의 끝 지점까지 가보았더니 장모님 친구이신 할머니께서 꼬부랑 허리로 밭일을 하고 계신 것을 찾아내고 한참 동안 동네의 대소사 잡담을 재미있게 나누었다고 한다.
할머니께서는 말상대를 해준 동업자에게 몇 번이나 밭까지 찾아와서(?) 이야기를 해 준 일을 고마워하셨다고 한다.
농촌의 어르신들께서는 일이 고된 것보다,, 수입이 도시민보다 적다는 것보다 한분 한분 세상을 버리시는 분이 늘어나서 사람이 그립다는 ,,, 외로움이 겁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귀촌을 위해 젊은 두가족이 이동 네로 찾아들었단다.
여덟 시에 시작한 예초작업이 열두 시쯤 끝났다.
예초기의 굉음과 예초날의 진동으로 귀에는 매미소리가 나고 팔은 찌릿찌릿하다.
고무장갑 속은 땀으로 출렁출렁한다.
매실나무에는 제법 굵은 매실이 달려있고 자두나무에도 매끄런 녹색 열매가 총총하다.
가시오갈피는 잎이 울창하여 강전정 작업이 필요하고 연못 속의 노랑꽃창포도 많이 솎아주어야 할 정도로 너무 자랐다.
매실 수확할 때 작업계획이 필요하다.
예초기를 내려놓고 과수원을 둘러보는 충만된 이 감정을 성취감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노동을 하면서 느끼는 고통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돌아오는 길에 단골 국밥집에서 국밥 한그릇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피로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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