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비법

외딴섬에서 토종농사 짓는 '태평농법' 창시자 이영문 선생

왼다리베드로 2012. 6. 5. 20:45

 

“토종식물 보물섬 일궈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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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전’ 전설이 이어져 오고 있는 외딴섬 별학도에서 토종 식물 재배와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영문씨가 토종 콩 열매를 보여 주고 있다.

 “육지에선 어렵게 구한 토종 종자가 도난당하는 등 수난을 겪는 바람에 이 섬에 들어왔어요.”

 땅을 갈지 않은 채 볍씨를 바로 뿌리는 ‘태평농법”을 개발, 농업인들의 관심을 끈 이영문씨(57)를 만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에서 태평농법을 보급하던 그가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의 외딴섬인 별학도에서 토종 식물을 재배하면서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은 것이다.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외딴섬에서 토종 농사를 짓는 이유부터 묻자 이씨는 “육지에선 어렵게 입수한 토종 종자를 보존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또 한가지 이유를 더 들면 “바람 많고 환경이 척박한 이곳이야말로 토종 재배지로서 적격”이라는 것이다. 거친 환경을 이겨 낸 작물은 온난화 등 기후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씨는 10여년 전부터 이 섬의 땅 6,600㎡(2,000평)를 빌려 벼와 함께 잡곡류, 엽채류, 과수류, 과채류 등 진귀한 토종 식물 40여품목 800여종을 재배하고 있다. 아무곳에서나 쉽사리 볼 수 없는 토종 보물섬을 가꾸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인근 섬에도 2만3,100㎡(7,000평)의 땅을 빌려 토종 식물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재배하는 토종 작물들은 말이 가꾸는 것이지 실은 자연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잡초와의 싸움에서 스스로 이겨 내도록 작물을 조련하고 있는 것이다. “토종 종자의 끈질긴 생명력은 인간의 편익을 위해 개량하고 육종한 종자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개량종자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농기계와 비료, 농약 등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고 생산비를 높일 뿐이지만 토종은 자연과 함께 하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만큼의 양식을 제공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예부터 재배하던 고유의 토종 종자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그는 ‘훠이조아’란 과수부터 단호도, 소귀, 대추야자 등 이름조차 잘 모르는 희귀 외국 작물의 원종을 들여와 국내 환경에 적응시키고 있다. “외국에서 도입한 원종작물도 세월이 지나면 개량 과정에서 토착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아열대기후대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비 차원에서 가치 있는 외국 작물들을 국내 환경에 적응시키고 있지요.”

그는 순수 토종 작물을 최근의 도입종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토종이란 용어 대신 ‘돌종’이라 표현한다. 외래 도입작물도 언젠가는 토종으로 불리는 날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토종 작물에 대한 생태를 모르기 때문에 관리할 줄을 몰라요. 농사짓는 법도 외국 농법을 도입해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는 보다 많은 토종 종자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농촌진흥청과 경남도농업자원관리원에 이를 기증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씨는 “수입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작물의 토착화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순수 토종, 즉 돌종 보급에도 더욱 노력할 것”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회가 경제논리로 진행되다 보니 토종 작물이 설 땅이 없다”며 “격리재배에 알맞은 정부 보유 땅만이라도 빌려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011-550-0220.

사천=박종명 기자 jmpark@non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