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오 즈음부터 창원지역도 세 번째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이 비는 약 사흘간 계속될 거라고 예보되어 있다.
온실 속의 삽목 포장에 대한 관리를 위해 농원을 방문하였더니 화창하게 핀 벚꽃나무 아래는 봄비 때문에 낙화된 꽃잎이 즐비하였고 문득 군항제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진해의 벚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쇠뿔은 단김에 뽑는 법, 비 내리는 진해 나들이를 바로 시작했다,
나들이 순서는 안민고개~해군통제부~여좌천~장복산옛터널(구도로)까지로 잡았다.
안민고개로 일컬어지는 곳은 비좁은 도로 양쪽으로 산벚나무가 오래전에 심겨있어 벚꽃터널의 장관을 매년 즐길 수 있는데 오늘은 주말이 아닌 데다가 비까지 추적거려 교통은 보통이었으나 일부 생각 없는 여행객의 불법주차로 잠시 교통불편이 발생해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군통제부 영내는 낙락장송과 벚나무의 아름다운 조화를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 축제기간 뿐이다.
차속에서 보니 많은 이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벚꽃을 즐기시고 있다. 수신호 하고 있는 해군 헌병의 모습을 보며 비로소 군사시설 안의 경치임을 실감한다.
북원로터리에서 내수면 생태공원 쪽으로 향하면 여좌천 벚꽃길이 나타나고 생뚱맞게도 주택가 쪽 천변에 불 밝힌 텐트들이 골목마다 비집고 들어서 있다. 어쩐지 진해 시가지가 훤하다 했더니 이곳으로 옮겨온 것 같다.
축제행사마다 똑 같이 만나게 되는 주전부리 노점상에 대한 생각들은 언제쯤 다듬어질까?
장복산 일대의 벚나무도 산벚 종류라 거목으로 잘 자라서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이 곳은 오래전부터 진해를 들락거린 이들만 알고 있는 벚꽃 명소인지라 언제나 한적하며 오늘도 봄비 맞아 낙화되는 꽃비를 보아주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넉넉한 벚나무의 품새가 마음까지 맑게 해주는 듯하다.
여러 지역에서 벚나무를 최근에 많이 심고 있지만 그림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고목에서 핀 벚꽃'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창원 일대에서 맛깔스럽게 구경할 수 있다.
같이 간 동업자의 사진들을 빌려와 나들이 이야기를 꾸몄다.
비 맞아떨어진 벚꽃잎이 안민고갯길, 장복산 옛길가에 소복하게 내려있어 꽃비 내린 듯, 눈 내린 듯, 무릉도원을 구경한 듯, 황홀한 봄비 나들이를 둘이서 오붓하게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