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 입구의 오른쪽 귀퉁이에서 벚꽃보다 언제나 일찍 피는 벚꽃을 닮은 꽃이 활짝 폈다.
어린 묘목을 사서 심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무 중에서 속성으로 자라 과연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열매가 달릴지 여간 궁금하지 않았다.
3 미터 내외의 큰 키에도 꽃이 시원찮게 피더니 올 봄은 가지마다 꽃들이 만발했고 꿀벌들의 날갯짓 소리까지 번잡스럽다.
매년 작은 열매가 달렸으나 결실 되지는 않아 수확할 열매는 볼 수 없었고 나무 아래에서 낙과된 손톱만 한 열매 흔적만 있었을 뿐이었다.
바로 옆 근거리에 심겨진 벚꽃나무의 굵은 줄기의 모양이나 색깔과도 완전히 다르고 고교 동창에게서 얻어 심어서 달걀 크기 만한 몇 개의 과실까지 맛 본 '진짜 살구나무'의 그것과도 다름을 확인하고는 우리나라의 '토종 살구나무'라는 결론을 얻었다.
토종에게 개살구라 하고 중국 수입종에 살구라고 불렀던 옛사람들은 단지 열매의 가성비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라고 어렴푸시 이해는 되지만 듣는 개살구는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서러웠을까.
'빛 좋은 개살구'라고,,,
단지 자식농사가 조금 시원치 않았을 뿐인데.
다행히 개살구,살구,벚꽃나무 모두 꽃 모양이나 색상이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비슷해서 농원에서는 봄이면 셋 중에서 빨리 피는 개살구의 인기가 최고라 할 수 있고 아마 꿀벌들에게도 그러하리라.
살구꽃이 사그러지면 벚꽃이 바로 뒤를 잇는다.
분홍빛 벚꽂 꽃망울도 탱탱하게 부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