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파도 동영상을 기록한 게시글을 본 후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하여 동업자와 동행한 초여름(늦봄?) 나들이이다.
약 30도를 오르내리면서 후끈거리리는 농로길을 가볍게 목수건을 이마에 동여 메고는 앞서 걷는다.
파랗던 보리밭의 물결은 간데없고 어느새 누런 보리밭으로 변해 있었다.
바람은 간혹 불어오지만 보리밭의 파문은 생기지 않는다.
바싹 말라버린 보릿대만 앙상한 게 가을의 나락이삭처럼 풍성한 맛은 덜하여 늦은 봄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귀갓길에 농막에 들렀더니 소나무밭 한쪽 귀퉁이 외진 곳에 보리수 열매가 발갛게 달려있는 게 언제나 소나무 손질에만 정신이 팔려 미처 챙겨보지 못하였던 풍경이다.
동업자가 따 주는 몇 개를 입안에 넣어 깨물어 보니 진한 단맛 뒤에 시금털털한 맛이 개운치는 않았으나 초여름에 맛보는 자연의 과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동업자는 언제나 농막에 들를 때면 둘러보는 곳이 있는데 포구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대나무밭 언덕에 있던 놈을 지금의 자리로 본인이 직접 옮긴 나무라서 그런지 꼭 챙겨보는 버릇이 되어 버렸다.
어느 농촌이든 흔하게 볼 수 있는 포구나무인지라 유독 포구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이 놈의 생태를 꿰뚫고 있어 포구나무의 손질은 항상 동업자가 전담하고 있다. 가을의 가지 전정 때에는 사정없이 굵은 가지를 톱으로 베어내는 데 항상 말다툼이 생긴다.
필자의 '과전 정론'과 '그리하여도 절대 문제없다론'으로,,,,
병아리 눈물만큼 밖에 되지 않는 그늘이 생겼다.
그것도 그늘이라고 포구나무 밑으로 가서 허리를 굽히고 앉는 시늉을 하고 있다.
못봇체 하지를 못하여 사진을 몇 컷 찍는 시늉을 해주니 그곳에다 예쁜 벤치를 만들어 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