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가지않는 길

왼다리베드로 2007. 11. 1. 12:05

창원은 도농통합형의 전형적인 도시이다.

 

도청이 소재하는 경남의 수부도시이지만 잘 계획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개발 전의 옛 농촌이 그대로 남아있다.

정병산, 비음산 등의 이름 있는 산에는 등산로와 산책로도 지자체에서 잘 정비하여 현대화해 놓았지만  그렇지 못한 야산의 등산로는 옛길 그대로 황톳길이 대부분으로 필자에게는 더욱 정감 있는 길이다.

 

살고 있는 동네의 뒷산은 태복산이며 낮은 구릉으로 형성되어 있어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께서도 산을 어렵지 않게 오르실 수가 있고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붐비지 않아 호젓하게 산을 즐길 수가 있어 좋다.

 

동업자와 둘이서 저녁 무렵 어스름한 분위기를 틈타 손을 잡고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만 골라 태복산 언저리에서 놀다 왔다.

처음 가보는 '가지 않는 길'이다.

 

 

사진 1 이제는 외지인 소유가 되어버린 문전옥답은 그린벨트에 묶여서 원주민들의 취미 농업 수준의 텃밭으로 변해버렸다. 텃밭 곳곳에는 손수 제작한 농막이 군데군데 지어져 있다. 

 

 

사진 2 투명 비닐로 멀칭 한 밭에는 마늘 싹이 돋아나고 있다.

 

 

사진 3 아담한 옛 우물의 흔적. 마을 원주민이 떠나기 전에는 이곳에서 집안 대소사에 대하여 잡담도 하고 흉도 보는 아낙네들의 전용마당이었을 것인데,, 물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진 4 뚜껑을 열어보니 맑은 물이 고여있다. 우물은 쓰지 않으면 마른다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흰색 파이프는 인근 텃밭농사를 짓는 분이 가끔 밭 용수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 5 녹슨 대문의 농가주택. 현대화된 도로명이 어울리지 않게 붙어있다. 

 

 

사진 6 포장되지 않은 동네길. 길 양옆은 모두 텃밭이다.

 

 

사진 7 동네 원주민들만 이용하는 길이 대나무 숲으로 뚫려있다. 외지인은 들어 서기를 꺼리는 길임에 틀림없다. 둘은 이 길로 들어섰다.

 

 

사진 8 대나무길은 대체로 어두웠다. 지름길이다.

 

 

사진 9 이 길을 통과하면 옛집이 한채 있다. 그리고 텃밭이 예전의 모양 그대로 펼쳐진다.

 

 

사진 10 이런 길을 동업자는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온몸으로 가을을 만끽하며 흥이 나서 앞서 간다.

 

 

사진 11 허수아비도 있고 폐 cd로 만든 반짝이로 새를 쫓고 있다.

 

 

사진 12 오밀조밀한 길이 끝도 없이 둘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13 오르막 길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산으로 향하는 산책길이다.

 

 

사진 14 옛집의 농가주택에는 담쟁이가 정겹게 녹슬고 있다.

 

 

사진 15 우연히 마주친 촌로께서 소위 '짐차'라고 불리는 옛날 자전거에 수확하신 호박, 채소류를 가득 싣고는 출발하시려는 장면이다. 이 어르신도 취미 농업 수준의 텃밭을 짓고 계시는데 "농사는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푸념 섞인 얘기를 길게 하신다. 출발하시면서 이런 자전거가 술도가에서는 막걸리통을 양옆에 달고도 끄덕 없이 잘 다녔는데 어르신의 신세대 손주들은 이 자전거가 무겁고 핸들이 낮아서 못 탄다고 하신다. 쌀가마니도 세 가마는 지금도 자신 있으시단다.

 

 

사진 16 담배를 입에 무신 채로 조금도 흔들림 없이 산뜻하게 보란 듯이 출발하신다.

          남아 있는 둘은 박장대소하였다.

 

 

사진 17 아름드리 소나무가 건재하고 있는 산길이 나타난다.

 

 

사진 18 뿌리가 웅건하다. 붉은 황톳길에 힘차게 뿌리를 박고 소나무는 서 있었다.

 

 

사진 19 동업자가 그리도 좋아하는 황톳길이 태복산 정산으로 길게 뻗어있으나 아쉽게도 날이 저물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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