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쌍전벽해

왼다리베드로 2010. 1. 17. 09:41

어제 점심때 동업자와 함께 진줏길에 함안의 옛 소나무밭을 들렀다.

 

중규모 산업단지 조성으로 미리 짐작은 하였지만 낮은 야산에 울창하던 소나무 숲은 베어 지거나 옮겨 심기느라고 주변 야산에는 나무 한그루 없는 벌거숭이 산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바뀐 풍경에 동업자는 단지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아쉬운 탄식을 연발하다가 마침내 동업자와 둘이서 함께 가꾸던 소나무밭의 언저리에 다다랐을 때에는 한숨으로 변하고 있었다.

 

우리 밭의 뒷산에 울창하던 대나무 숲도 해체되었고 그 자리에는 야산에서 옮겨진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아 심겨 있었다.

반송을 키우면서 설치하였던 검은 부직포가 찢겨진 채로 밭 귀퉁이에서 겨울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소나무를 옮긴이들은 굴취의 전문가로 보이는 솜씨로 잘 정돈하여 붉은 색깔의 튼실한 줄기를 가진 적송을 잘 옮겨 두었다.

동업자 왈 '쌍전 벽해가 바로 이런 풍경이네'하고 한마디 내뱉는다.

 

야산이 발가 벗겨진 것을 말하는지 예전 우리 밭의 반송들이 올망졸망하였던 것이 수십 미터의 적송이 대신 자리하고 있는 것을 일컫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필자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사람의 힘이 자연을 이리도 험하게 망가트릴 수가 있구나하는 자괴감에 온 몸에 힘이 싹 빠질 뿐이었다.

 

반송을 키우던 수많은 추억들이 여지없이 공중으로 부숴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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