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동업자와 동행으로 통영 소재의 미륵산에 설치된 케이블카를 타고 단풍구경 여행을 떠났으나 그곳으로 집중되어 몰려드는 관광버스들의 무리가 심상치 않더니 아뿔싸 주차장이 만원사례로 관광버스로 꽉 차있다. 우리는 그곳에 진입하지도 못한 채 점심시간이라 여객선 터미널의 매운탕 집으로 차를 돌려 버렸다.
통영시내 항남동에 있는 자연산만을 고집하는 부광회식당에서 쏨뱅이 매운탕으로 점심 끼니를 때우는데 주인장께서 볼락 무김치가 제철이니 맛을 보라며 권하시는데 그 맛이 꿀맛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케이블카를 타지 못한 서운함이 다 가신다고 기뻐하는 동업자를 보니 집을 떠나온 것이 잘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성미 급하게 식사 중에 주인장께 볼락 무김치를 담그는 비법을 전수받는데 귀동냥으로 여기에 그대로 옮겨보면 -요즘 제철로 볼락이 많이 잡히는 계절인데 크지 않은 살아있는 볼락을 나박김치 담기로 납작하게 썬 무사이에 같은 크기로 썰어 켜켜이 섞어 버므려 담그는데 약 일주일 동안 상온에서 삭히면 볼락의 억센 뼈가 나긋하게 부드러워지면서 맛이 든다고 한다.
귀가 중에 통영시 해변가의 펜션단지도 구경하고 멀리서나마 동피랑 마을의 정경도 살펴보고 쥐포와 학꽁치 건어물 안주거리와 김장 젓갈류도 한 보따리 구입하여 고성을 거쳐 귀가하니 국도 길도 역시 승용차로 또 꽉 차 버려서 거북이걸음으로 올 수밖에 없다.
약간의 자투리 시간을 빌어 농원에 들러 김장채소에 물을 주고 나니 사위는 캄캄해지고 청둥오리와 고니 등 철새들의 울음소리가 코러스되어 배경음악처럼 기분을 살짝 띄워주는데 농원의 대문 옆에 있는 방범등이 갑자기 불을 밝혀 준다. 여태껏 밤늦은 야간에는 농원에 있어 보지를 않아 방범등의 존재를 잊고 있던 차에 불이 환하게 비추니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것 같아 온실 속의 천정 조명등을 함께 밝혀보니 야간 풍경이 환상적이다. 이웃의 전원주택에서는 손님을 치른다고 야외 불판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오랜만의 동업자와 함께한 가을여행은 다람쥐 채바퀴 돌듯이 결국 밤늦게 농원에서 마무리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