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꽃과 잎이 같이 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하는 연인이 만나지 못하는 관계로 상사병을 앓는 것에 비유하여 "상사화"라고 불리는 식물 2 개체가 있다.

 

그중 하나는 분홍꽃이 피면서 절집의 언덕 양지바른 곳이나 담장 아래에 곧잘 볼 수 있는 꽃으로 늦은 봄이면 난초 잎과 닮은 잎이 자라다가 한여름이 되기 전에 노랗게 잎이 말라버린 후에 팔월 말이나 구월 초순이면 홀연히 분홍색 꽃대를 올려 진달래 꽃 색깔의 화사한 꽃이 핀다.

 

다른 하나는 전라도 지방에서는 "꽃무릇"이라 불리는 상사화 인데 생육은 전자의 상사화보다는 달포 정도 빠른 시기에 잎과 꽃이 피는데 꽃은 훨씬 더 화사하고 붉다.

 

전자가  연인을 잊지 못해 가슴앓이를 시골 아가씨라면 후자는 가무가 출중한 어린 예기(藝妓)가 떠나간 젊은 양반 나으리를 잊지 못하여 시 한수 읊으며 긴긴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상사병을 앓는 '홍랑'의 분신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자는 집마당의 처마 아래에 심겨 있어 매년 이맘쯤이면 상사병을 앓듯이 꽃을 감상하고 있으며 울산에 근무할 때 우연히 얻은 품종이다.

후자는 전라도 지방 근무할 때 정읍 부안군 군산 일원의 산과 들에 많이 심겨 있고  도시의 크고 작은 꽃밭에서 언제나 볼 수 있었던 꽃이었는데 올봄에 옆 농원의 주인으로부터 몇 포기 분양받아 농원의 온실 옆, 두릅나무 그늘 밑과 농원 입구의 꽃밭, 세 곳에 나누어 심어서  처음 꽃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