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닭싸움

왼다리베드로 2014. 1. 15. 19:34

 작년 4월에 토종닭을 입식할 때에 창녕의 엘림 농장주께서 암수 성비에 대한 주의사항 중에 서열싸움에 대한 이야기가 상기되는 사건이 닭장에서 벌어졌다.

 

암탉 3마리에 수탁 2마리의 성비 불균형 속에서도 그럭저럭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는데 농원 인근의 아는 분께서 수탁 한 마리는 적당한 시기에 도태시켜야 된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하시면서 닭 잡는 것은 자기에게 맡겨주면 처리해 주시겠다고 하길래 별생각 없이 그러기로 결정하고 수탁 중에 몸집이 더 큰 강쇠를 하루 전에 온실에 격리시켜 사료를 충분히 주고 이틀 밤을 혼자 두었다.

그다음 날 온실을 열어보니 강쇠란 놈은 사료는 입도 대지 않고 '꼬끼오'만 연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놈이 제 제사날인줄 알고 실성을 하여 먹이도 먹지 않았나 보네"하면서 가만히 보니 발목에 묶인 끈을 연신 쪼아대는 꼴이 안쓰러워 마음을 바꿀 수밖에,,, 

잡아먹는 것을 구정까지 연기하기로 하고 다시 제식구들과 합사 시켜 주고 사료를 챙기러 간사이에 닭 장안에서 푸닥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닭 장안을 보니 강쇠란 놈이 돌쇠를 일방적으로 쪼아대고 있는데 돌쇠도 반격을 하는 시늉은 하지만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돌쇠는 벼슬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지만 강쇠는 조금도 쉬지 않고 공격 일변도의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이대로 그냥 두면 돌쇠는 쪼여 죽을 것 같아 작대기로 두드리면서 두 놈을 말려보았지만 강쇠는 끄덕도 하지 않고 돌쇠를 두발로 걷어차는 것과 동시에 돌쇠 벼슬을 계속해서 쪼아대는 것이었다.

순간 닭 물통이 보이길레 물통의 물을 싸우고 있는 두 놈의 대가 리위로 확 부어버렸더니 그제야 떨어지면서 돌쇠는 닭장 울타리 구석으로 도망을 갈 수 있었다.

아마도 극도의 스트레스중에 돌쇠가 강쇠의 비위를 거슬렸거나 서열상 하극상을 벌인 것 같다. 그렇기에 이틀 동안 굶은 놈이 일방적으로 싸움을 주도하면서 돌쇠를 응징한 것이라고 보인다.

처음으로 닭싸움을 보았지만 그야말로 피튀기는 잔인한 싸움에 동물들도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사실이 새삼 믿어지지 않는다.

 

이 싸움이 벌어진 것은 작년 12월 27일이었는데 오늘 농원에 가보니 강쇠와  돌쇠란 놈 둘 다 대가리가 피투성이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제2차 대전을 벌인 것이 분명하였다.

닭장 우리 칸막이 닭장 망에는 그때까지 피가 흥건하게 베여 있었다.

두 번째 싸움은 돌쇠도 제법 선전한 것 같은데 강쇠의 벼슬도 여러 군데 피가 흐르고 있지만 피해는 돌쇠가 더 심한 것 같다. 돌쇠도 강하게 반격을 벌였기에 강쇠의 벼슬이 1차전보다 더 깨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도 패자는 돌쇠다.

그 증거는 돌쇠가 먹이통에 근접하지를 못하고 바깥으로 곁도는 것을 보니 강쇠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3차전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이번 구정에는 어떤 놈을 잡아야 할지 고민 아닌 고민이 된다.

승자를 잡을 것이냐? 패자를 잡을 것이냐?   

  

 

사진1 온실 속에 격리시켰더니 모이를 먹지 않고 이틀간 버틴 있는 강쇠.

 

 

사진 2 닭싸움 후 강쇠 모습(1차전 후).

 

 

사진 3 벼슬이 찢어진 돌쇠. 강쇠보다 약 한 달 후에 부화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몸집은 강쇠와 비슷하다.

 

 

사진 4 며칠 후 돌쇠의 근접 장면. 벼슬의 피딱지가 굳어 있다.

 

 

사진 5 1차전 승자인 강쇠 모습. 벼슬에 경미한 상처만 있다.

 

 

 사진 6 언제 싸웠느냐듯 다정한 수탁 두 마리 모습.

 

 

사진 7  2차전 후 오늘 찍은 강쇠의 피해 모습.

 

 

사진 8 2차전 후 돌쇠의 모습. 면상이 형편없이 깨졌다.

 

 

사진 9 수탁 두 마리 모습. 강쇠도 부상당했지만 돌쇠의 피해가 더 심하며 돌쇠는 뒤통수에도 깃털에 피가 엉겨 있다.

 

 

 사진 10. 먹이통에 근접하지 못하는 돌쇠 모습.

 

 

 사진 11 닭장 망과 칸막이에 묻은 싸움 흔적(2차전 후).

 

 

사진 12 멀리 돌쇠가 외톨이로 있고 강쇠는 먹이를 다 먹고 무리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

 

 

사진 13  1월 16일에 찍은 돌쇠의 근접 사진. 면상이 형편없이 상해 있고 먹이통에서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힘이 약하거나 싸움 기술이 없거나 상대가 너무 강하거나 셋 중에 하나 때문에 당한 것인데 한편으론 측은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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