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 앞 단감나무 과수원의 양지바른 곳에는 11월부터 다음 해 4월 말까지 빨간 모자 빨간 조끼를 입으신 영감님 한분이 위치하고 계시는데 바로 산불 감시인이다.
올해는 감시구역이 넓어져서 오전 중에는 옆동네 인근 산에서 순찰을 도시다가 오후에 농원 쪽으로 이동해 오신다.
일흔이 훨씬 넘으셨는데도 건강관리가 완벽하셔서 붉으스레 한 안색이나 산불진화용 갈쿠리를 움쿼진 손목 하며 자그마한 키에 단단한 허벅지 하며 다부진 눈부리에 요즘도 시동이 걸리면 소주 두병 정도는 거뜬하시다고 한다.
말씀하시는 어투도 전형적인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데 여느 어르신들처럼 골통 보수다.
어떤 때 언뜻 언행을 보면 우리 농원에 자주 오는 고교동기보다도 더 젊게 우락부락하게 입담을 과시하기도 하는데 다변가로서 신나게 소싯적 잡담을 시작하면 어느 부분에서 말꼬리를 자르고 도망갈까 전전긍긍하곤 한다.
그 영감님 왈 "닭 장위에 닭 채 가는 솔개가 떠 다니는데 새 그물 빨리 치소!" 하시는데 한 번이 아니라 서너 번 그 말씀을 듣고 가만히 있으면 무시한다 오해받을까 해서 부랴부랴 방조망을 쳐주었다.
방조망 그물이 너무 보드라워 친구와 맞잡고 작업했지만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막바지에는 대충대충 울타 리위에만 그물 치기가 마무리되었다.
바깥 맹금류를 방지하는 것보다 닭 장안 닭들이 울타리를 날아 넘지 못하게 하는 작업이 돼버렸지만 한 가지라도 목적이 달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