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면 크던 작던 봄비 예보가 있기만 하면 '뭐 삽목 할 것 없나'하고 집에서부터 농원까지 이나무 저나 무를 둘러보는 게 몸에 배어 버렸다. 특별히 삽목이 어려운 나무가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나무는 삽목 번식이 가능하다.
집의 담벼락에 심겨진 속칭 '만리향'으로 알려진 금목서가 튼실하게 자라고 있는데 매번 삽목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어제 아침도 습관처럼 부드러운 삽목소재용 작년 가지를 찾다가 이파리 뒤에 붙어 있는 누르스레한 벌레 흔적이 붙어있기에 들여다보니 매미 허물이 아닌가? 그것도 두 마리씩이나.
겨울 뒤끝에 매미 껍데기를 들여다보니 한편으론 반갑기도 하지만 생뚱맞게 등장한 매미 허물은 곧 지나 간 여름들의 합창 소리로 변형되어 허물의 터진 등껍질 틈을 빠져나와 내 두 귓바퀴 속으로 "녹음된 소음"이 되어 쓰나미처럼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매애~~~ 매애~~~ 매애~~~
7년간 땅속에서 애벌레로 버티다가 훈증 막 같은 한여름의 적막을 깨뜨려 보려고 수많은 날들을 울어 보았지만 그렇게 쉬 여름이 지나갈 줄 몰랐을 것이고 향내 깊은 만리향 이파리까지 기어오른 제 몸의 부화 흔적만 남기고 은퇴해 버린 것이렸다.
그리고 고질병 이명으로 남아 평생 여름을 천착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