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부터 술 심부름은 으레 그 집안의 장남 몫이었다. 필자도 지겹도록 찌그러진 한 되짜리 양은 주전자를 들고 동네에 하나뿐인 점방을 수를 헤아릴 수 없이 쫓아다녔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먹고 나면 하늘이 빙빙 도는 느낌은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술지게미를 넣고 발효시킨 술빵은 그 시절의 기막힌 간식이고 어떨 때는 한 끼를 그 술빵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중학생이 되고나서는 은근히 술 심부름을 기다렸고 오는 도중에 주전자 주둥이를 그대로 나발을 불어 근 1/3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기술(?)을 습득하는 경지에 이르렀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과외선생으로 푼돈을 좀 만질 수 있게 되니 죽이 맞는 친구들과 의기투합되면 강의를 통째로 빼먹고 밀주 막걸리를 마시러 한달음에 동래산성으로 달려 올라가곤 했다.
졸업도 하기전에 입사한 회사는 농업기반조성 관련 회사이다 보니까 현장 출장은 당연 농어촌지역이고 면단위의 밀가루 탁주 양조장과 자연 친하게 되었으며 전국단위의 탁주 양조장 술맛을 다 보고 다니는 행운도 즐길 수 있었다.
그 좋은 직장도 그만두게 되니 술친구 다 헤어지고 하릴없이 우리술 막걸리의 향수에 젖어서 평생교육원 `특별과정 웰빙 전통주`에 등록하고 매주 목요일을 목이 메도록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끝까지 술 운(?)도 좋아 솜씨 좋으신 전통주 선생님과 술 도반을 자처하는 여러 동년배 남녀 학생들과 희희낙락 공부하며 각종 '우리 술 전통주'를 시음 평가하는 재미는 퇴직 후 오랜만에 만나는 유일한 즐거움이 되었다.
수업이 끝나면 언제나 얼콰해서 집으로 퇴근한다.
(동의보감 탕액편 곡부에는 `전통주`의 주요한 재료인 멥쌀 찹쌀 누룩과 각종 약초 재료를 첨가하여 술을 만드는 방법이 기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처방에 술을 적극적으로 활용(법제)하고 있고 탕액 편 첫머리에 수부를 기재하여 수십 종류의 물 종류를 설명해 놓은 것은 물을 가장 중요한 약으로 취급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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