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인근에서 시작되는 약 1.2km의 유명 등산코스가 있다.
새해맞이 일출행사에는 동네 아침 등산 단골들께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새해 떡국을 끓여 태복산 정상에 모인 일출객들을 대접하는 등 제법 규모가 있는 행사를 매년 벌이고 있으나 필자 부부는 가끔 생각날 때마다 아침 등산을 즐기는 코스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창원시 외곽의 광역 도로공사로 인해 등산로가 잘리는 바람에 주위 경관이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태복산을 오르시는 새벽 등산객들이 여전하고 소나무숲으로 울창한 등산코스는 녹음이 짙어 어떤 곳은 어둑어둑 어둡기까지 하다.
아침 6시쯤 부부동반 아침등산을 나섰으나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얼마 걷지 않았음에도 동업자는 길목마다 차려진 벤치 신세다.
그럭저럭 쉬엄쉬엄 산을 오르는데 어디선가 관광버스에서 자주 듣던 노랫가락이 조용한 숲을 흔들어 놓는데 등산로 중턱에 마련된 체력 단련장 마당으로 가까이 가보니 단골 등산객 한 무리가 어울려서 땅을 굴리면서 막춤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그들 중 나이 지긋하신 분이 우리를 보시자마자 오시더니 '협조 좀 해 주세요!' 하시면서 두 손을 덥석 잡으신다.
협조. 무슨 협조?
너무나 황당하여 재빨리 두손을 빼내면서 언뜻 생각하니 그분 표정이 같이 어울려 춤추자는 권유의 멘트임을 금세 알아차리고는 부리나케 그 자리를 도망쳐 나왔다.
70대 안팎의 어르신들께서 가는 봄날이 아쉬워 이른 아침부터 뽕짝 반주에 온몸을 내맡기고 온몸을 흔들어 대셨던 걸까.
그러기에는 너무 빠르게 봄날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