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순에 조경용 소나무를 적정 간격으로 넓혀 심고 난 후 봄비가 주기적으로 내려서 이식한 나무들에게는 생명수 같은 단비가 되었다.
농원의 토질이 배수가 잘되는 황토밭이라서 나무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며 지금이 새순 올리기의 절정이고 오월말이면 새순 집기를 해 주어야 한다.
어른 허리 높이로 자란 금강 반송과 농원 인근에서 실생 번식한 애기 소나무를 옮겨 키운 적송 중에서 함안 사도리에서 옮겨온 반송이 제일 크고 우람차게 가지를 벌려 주인을 기쁘게 해주고 있다.
이 소나무는 게으른 농부가 약 천여 그루의 묘목 반송을 구입해서 5년 남짓 키우다가 토지가 산업단지로 수용되는 바람에 서울의 조경수 업체에 전부 헐값에 넘겨 버렸으나 이 소나무 한그루만 아쉬운 마음에 집 마당에 임시로 옮겼다가 농원 조성후 다시 이식해 온 사연이 있는 나무다.
우주의 모든 사물에 애착을 가지면 모두 혼백이 깃드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데 비록 조경수로서 이쁘게 키우지는 못했지만 그 앞에 서면 어떤 교감이 이루어지는 듯한 착각이 종종 생긴다.
'우리 인연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이어졌지만 아주 기막힌 인연이라네! 이봄이 끝나고 다시 새 봄날이 오면 그때마다 꼭 새순을 올려서 살아있는 흔적이라도 남겨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