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지천으로 번식한 억새를 제거하기 위한 청도 나들이에 뜻밖의 수확을 거두어서 동업자는 신이 났다.
세상을 버리신 시어머니가 부산아파트의 울타리가에 심었다가 어른 어깨 높이만큼 자랐을 때 이곳 매실밭에 옮긴 대추나무에 굵직굵직한 연두색 대추알이 달린 것이다.
몇 해 동안 죽을 듯 살 듯 겨우 생명을 부지해 오는데 그놈의 환삼덩굴마저 이 대추나무를 못 잡아먹어서 매년 낫으로 머리까지 뒤덮은 덩굴을 잘라주기를 반복했던 그 대추나무에서 소담스러운 대추알이 맺힌 것이다.
비록 수량은 많지 않아 추석 차례상에 안성마춤일 정도이지만 첫 수확에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추뿐만 아니라 은행열매도 올해 처음 달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은행 묘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브랜드명은 "왕방울 은행"이라고 불리는 놈이지만 역시 오년여 년 동안 한 번도 열매가 맺히는 걸 보지 못했던 놈이 탐스런 왕방울이 노랗게 달려 있는 것이다.
또 있다.
맷돌호박이 씨를 묻지도 아니 했는데 세 덩어리가 잡 토속에서 맷집 좋게 주인을 반기고 있는데 예전에 씨앗을 발아시켜 비료를 넣어주고 애지중지 농사를 지은 것보다 더 크고 맷집도 좋다.
청도 명물인 반시감과 오갈피 열매도 따가운 가을 햇볕에 알알이 속이 야물고 있고 연못가의 멧돼지 흙 목욕 흔적까지 과수원의 모든 게 자연적이다.
올 을미년은 여러가지 농사일을 한문서예, 수묵화, 스포츠마사지 그리고 침뜸 공부를 한답시고 내팽개치다시피 하였지만 흙이,,, 바람이,,, 햇볕이 스스로 도와주어서 뜻밖의 추수를 풍성하게 하게 되었다.
동업자와 둘이서 매실 자두나무와 농막 제초작업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