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한식이 지나고 곡우 절기를 앞두면 주말마다 도시농부들은 제각각 취향에 맞는 먹거리 채소를 파종하거나 가꾼다고 바빠진다.
게으른 농부도 이때만큼은 빠지지 않고 소나무 순집기 작업을 하거나 두릅, 따두릅, 엄나무순, 당귀잎 순, 오가피순, 머귀 잎 등등 봄철 나물들을 보약처럼 채취하여 반찬거리로 삼는 일로 바쁘다.
먹거리 농사는 농원 한 귀퉁이에 약초모종을 구입하여 약초밭을 가꾸기도 하고 약초 씨앗을 언덕의 그늘진 나무밑에 뿌려서 새순을 채취하기도 하지만 오늘 아침처럼 먹거리 나무를 현물로 얻기도 주기도 한다.
농원 아래쪽에 단감을 전문적으로 농사짓는 서너살 위이신 이웃 농업인께서 5~10 여년된 단감 한 그루와 대봉감 두 그루를 경운기로 싣고 와서 심으라는데 언감생심으로 즉석에서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바로 이식했다.
단감은 지하수 관정옆의 고구마밭 옆에 심고 대봉감은 연못 옆과 약초밭 옆에 각각 심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감나무 때문에 아침부터 중노동을 하고 나니 하늘색이 노랗다.
선물 주신 분도 삽을 들고 와서 도와주셨기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거의 초주검을 당할 뻔했다.
느닷없이 벌어진 일을 마무리하고 캔맥주 한통씩을 마시면서 사연을 들어보니 단감은 '부유'라는 품종으로 단감 밭의 물이 끼이는 곳이라 생육이 좋지 않아 폐기 처분될 것을 준 것이고 수령은 약 10여 년을 넘긴 것이지만 크기는 왜소했다.
대봉감 두 그루는 지인에게서 세 그루를 얻어 한 그루는 자기 밭에 심었으나 나머지는 심을 장소가 없어 게으른 농부 차지가 된 것이다.
어쨋꺼나 감나무 세 그루를 선물 받았으니 오늘은 보통 재수 좋은 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