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시감, 살구, 복숭아, 매실, 오가피, 은행나무가 심긴 밭은 동업자가 장인어른께서 물려주신 여러 필지의 천수답이었다.
굴삭기를 임차해서 합빼미 작업을 하고 배수를 위해 약 서른 평의 연못을 파고 방사상의 대나무 집수관을 연못으로 향하도록 매설한 후 감나무 등의 묘목을 심은 지 십 수년 전이다.
동업자는 여느 농사일은 탐탁잖아하면서도 청도 밭의 일은 언제나 화색이 얼굴에 가득해진다.
심을 작목과 심을 위치를 전부 설계해 주었으니 봄바람이 나서 새벽같이 달려온 곳도 청도 밭이고 차속에서 대화 역시 심긴 나무에 대한 잡담뿐이다.
지난겨울부터 올봄 늦게까지 강전지를 해준 덕인지 가지마다 매실이 빼곡하고 감나무 새잎도 아침 햇살을 담뿍 받아 온통 연둣빛이다.
연못가에 심긴 노랑꽃창포는 예초기 칼날로 베어내고 베어내도 다시 기세가 등등하다.
제초 농약을 쓸 수도 없고 제거 방법은 굴삭기를 동원하여 긁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토록 번식력이 셀 줄 알았으면 심지 말았을 것을...
유월 중순쯤 매실 딸 무렵 억새 제거를 겸한 제초작업도 필요하다.
게으른 농부도 일을 해야 하는 철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