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의 온실 옆에 심긴 미스킴라일락이 활짝 폈고 끝물의 명자나무에는 퇴색한 붉은 꽃이 몇 송이뿐이다.
오전의 막노동으로 땀에 젖은 몸으로 농원에 온 것은 3일 전에 정식한 온실 안의 먹거리 채소에 물 주기 위해선데 온실 창문 너머 잔잔한 보랏빛 꽃다발과 선선한 향기에 시선을 빼앗긴 것은 바람의 언덕답게 농원에는 솔가지를 훒어대는 쏴아~하는 솔바람 소리만큼 시원한 늦바람이 불고 있어 꽃향기까지 시원했던 모양이다.
이젠 어른 허리 높이까지 자란 미스김라일락은 성목이 되었지만 농원 안에선 투명 나무(?) 취급을 받아 있는 둥 없는 둥 하는 나무가 된 지 오래지만 제 혼자 꽃피고 절기에 맞추어 향기를 뿜을 줄 아는 한 식구다.
피곤이 완전 가신 동업자는 오래전 정말로 오래전부터 홍송 몇그루에 대해 자신의 조경 소나무 다듬기 이론을 게으른 농부에게 주입식으로 강요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그루를 지목하여 가지치기를 졸라 덴다.
사다리와 전정 톱이 동원되고 나무에 기어오를 수밖에 없었고 열심히 또 노동을 했다.
나무 모양새가 조금 나아진 듯도 하지만 어린 시절 이발만 하고 나면 왠지 뒤통수가 시원섭섭한 그 느낌의 서운함 감정 그대로의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은 웬일일까.
온실과 반그늘에 심긴 먹거리에 물 주기를 마치고 오니 동업자는 어느새 땅두릅, 방풍, 돌나물과 달래까지 캔 한 바구니를 봐란 듯이 코앞에 내민다.
미웠다 고왔다 하는 동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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