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농업.농사일기)

폭염 제초작업

왼다리베드로 2017. 7. 24. 09:05

 

 

 

 

 

 

 

 

 

 

 

 

 

 

중부 이북지방은 호우경보가 발령되는 수해피해가 발생하고 중부 이남 지역은 땡볕에다가 열대야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는 기상이변이다.

 

한반도의 중부지역 즉 충북 청주시 일원에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물폭탄에 많은 수재민이 발생하였고 인명피해와 농가의 재산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으신 분들께서 연이은 폭염에 계속해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제 자연의 질서가 흐트려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겠고 지금 현재의 편리한 세상살이에 만족하면서 다소 느리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참아가면서 더 이상의 자연훼손은 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폭염의 날씨지만 과수원의 풀베기를 늦출 수 없어 동업자와 함께 제초작업을 나섰다.

개망초 환삼넝쿨로 쑥대밭이 되어 있는 진입로 입구부터 제초작업이 시작되었고 컨테이너 농막 주변의 억새를 눕히고 난 다음에 매실밭, 오가피, 자두밭과 감나무밭을 오가는 통행로를 확보하는 작업을 끝내고 나니 연못가의 노랑꽃창포가 눈에 띄어 개체수를 줄여주는 제초(?) 작업을 아니할 수 없었다,

 

약 1.3리터의 연료가 거의 소진될 무렵에 눈대중으로 보니 과수원 전체의 약 40% 정도가 말끔히 정리된 것 같아 연못 주변의 환삼넝쿨을 어찌해 볼 요량으로 제초 칼날을 들이밀었더니 여리고 연약한 풀잎들이 함께 똘똘 뭉쳐서 제초칼날을 두려움도 없이 꽉 움켜쥐는 게 아닌가.

이런 된장!

'푹푹 찌는 날씨에 풀 이파리까지 속을 썩이네!'

 

억새 개망초 쑥대 같이 야물고 단단한 줄기를 가진 잡초류들은 제초 칼날에 댕겅댕겅 보기 좋게 쓰러져서 예초기를 짊어진 사람은 일종의 쾌감까지 느끼며 제초작업을 해내는데 비해 넝쿨류와 풀잎으로 대오가 잘 짜인 구역에서는 제초작업이 의외로 무척 힘들다.

 

왜냐하면 넝쿨과 풀잎의 섬유질로 감겨 멈추어버린 제초 칼날은 엔진을 멈춘 후 낫으로 그것들을 제거하고 엔진 시동을 다시 건 다음에 작업이 다시 계속해야 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이 몹시 짜증 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이 시간이 핑계 삼아 좀 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연약한 풀잎 무리들이 생존을 위해 칼날 앞으로 달려드는 온몸 투체의 말 없는 항거 같기도 해서 엔진을 끄고 칼날에 퍼렇게 꽁꽁 감긴 풀들의 사체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아이스팩 조끼를 입고서도 짊어진 예초기가 불이 날 정도로 뜨거운 폭염 속에서 해낸 제초작업에서 유난스레 잡풀들의 억척스러운 생존투쟁이 돋보이는 것 같아 땀으로 범벅이 되어 녹초가 된 몸 상태와는 다르게 정신이 번쩍 드는 어떤 게시를 받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여리고 약한 것들이 더 강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반시감 둥시감이 발갛게 익을 즈음 마무리할 예정이다.

어찌 되었거나 너무 덥다.

아이고! 더워서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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