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반은 맞혔고 반은 어긋났다.
늦은 아침 목욕가방을 챙기는 동업자를 향해 청도 과수 윈을 먼저 살펴본 후 북면온천행이 어떠한지를 넌지시 물었더니 대번에 콜사인을 주었다.
10시 반쯤 도착하여 과수원에 들어서니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며 '여기를 먼저 오길 정말 잘했다'라고 동업자는 좋아 죽는다.
청매실은 가지마다 손톱만 한 열매가 조롱조롱하고 자두는 하얀 꽃이 만발하였으며 입구의 진입로 경계수로 심었던 오갈피 열 그루는 연둣빛 새싹이 타박하게 어우러져서 과수원 분위기를 환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반시와 둥시감 나무는 이제야 파란 싹이 돋아나고 은행은 노란 움촉이 가지마다 봉곳할 정도다.
동업자는 뭐 하시나 봤더니 오갈피나무 아래서 새순 따기에 여념이 없다. 할 수 없이 옆에 붙어 서서 봄나물 수확을 조금 거들었더니 큰 비닐 2 봉투를 챙기면서 컨테이너 농막 앞의 봄쑥을 캐자신다.
한 시간에 걸쳐 작은 비닐 두 개를 겨우 채운 뒤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단골 한우갈비탕집으로 갈 수 있었다.
가벼운 봄나들이로 생각하고 나섰던 상춘객(?)은 어찌어찌하다 보니 봄나물 수확작업하는 일꾼으로 변한 '휴일 하루'였고 힐링 차원의 온천행은 결국 내일 아침 동네 목욕탕으로 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