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호 태풍'콩레이'가 오전 9시 반쯤 경남 통영으로 상륙한 후 부산을 들른 다음 12시 반쯤에 포항 앞바다를 거쳐 동해로 빠져나갔다.
기상청이 예고한 속도보다 더 빠른 시속 50~60km의 속도로 한반도에 접근하다가 남해안에 살짝 걸치는 시늉만 하고 동해로 진출한 것이니 십수 년 전 10월 중 들이닥친 가을 태풍에 여러 번 놀란 남해안 주민들은 그야말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형국을 연출한 불행 중 다행의 가을 태풍으로 '콩레이'를 기억할 것이다.
그래도 해코지가 영 없는 것이 아닌 것이 집 앞 어린이공원의 단풍이 들기 시작한 아름드리 낙엽송 잎들을 사정없이 훌쳐 뜯어 발겼을 뿐 아니라 집 마당에 곱게 기르던 파초의 넓은 잎들을 꺾어버리고 달아나 버린 것이다.
처참하게 찢긴 파초는 가을 태풍 뒤 바로 찾아온 맑은 가을 하늘을 향해 꺾어진 팔을 몸에 붙인 채 불쌍하게 해바라기 하고 있다.
농원에도 태풍 피해는 없었고 연못에는 '콩레이'가 몰고 온 빗방울이 한가득 차 넘쳐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