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해의 두 명절 연초의 설날과 엊그제의 한가위를 보내고 나니 석 달이 지나면 올해도 또 저물게 된다. 한가위 이틀 전의 추분(秋分)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았고 점점 밤의 길이가 길어지는 계절이 된다. 한가위의 어원은 갚음의 뜻이 있다고 하는데 누가 누구에게 갚음을 베푼다는 본뜻보다 결실의 기쁨, 수확의 즐거움을 베풀어준 자연에 감사하는 정도의 뜻만이라도 모두 느낄 수 있는 명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작년에도 동업자의 주문에 의하여 창녕 남지읍까지 연꽃소풍을 갔다 왔었고 오늘도 동업자가 주동이 되어 칠곡 밭에 단호박을 따러 집을 나섰다. 인근의 논에는 평년작의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나 태풍 '나리'의 바람으로 비료를 과다하게 시비한 논의 벼는 누워버렸고 일부 도복 된 벼를 세우는 농부의 모습도 간간히 보이고 있었다.
쥐눈이 콩밭은 그야말로 바랭이 반 콩반의 잡초더미로 있었으나 그래도 쥐눈이콩 이랑의 콩꼬뚜리는 서너 개의 콩알이 알차게 들어있었다. 기대했던 단호박은 연이은 비로 인하여 열매가 물러버려서 결실이 된 것이 드물어 기대 이하의 실적이었다. 칠곡 밭은 그야말로 허허실실 하게 밭을 운영하였더니 -이 핑게 저 핑계로 게으름을 피웠더니-수확기에 그대로 빈곤한 결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꾀를 부릴 일은 농사에는 없다.
귀갓길에 소나무밭의 텃밭에서 조선 오이를 장바구니로 하나 가득 수확한 게 소득이라면 큰 소득으로 칠 수 있다. 지난 토요일에 한 바구니를 수확한 뒤 6일 만에 이렇게 많은 수확은 순전히 가을장맛비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수분 보충이 결실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오이에는 물이 비료처럼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진 1 쥐눈이 콩밭의 결실 모습
사진 2 두 발굽 짐승의 발자국만 요란한 빈 껍데기 쥐눈이 콩 모습. 이 짐승이 콩잎과 꼬투리를 말끔하게 정리하였다.
사진 3 홀로 외롭게 벼를 세우고 있는 농부의 모습.
사진 4 조금만 자제를 하여 시비를 했다면 오른쪽 논과 같이 멀쩡했을 것인데,,, 욕심을 억누르기가 참 어려운가 보다. 작은 바람에도 누워 버린 벼이삭이 무겁다. 과유불급의 본보기.
사진 5 조선 오이 따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 6 올망졸망 달리고 있는 조선 오이. 일교차가 심해지니 오이의 모양이 더욱 짧고 굵어져서 속씨 맺기에 바쁘다. 나름 '종의 보존 본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진 7 작두콩의 잎도 점점 누렇게 변색되고 있다.
사진 8 김장배추는 가을장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사진 9 누렁 호박은 하얀 분이 뽀얗게 오르고 있다.
오후 4시에 집을 나서 밭일은 6시 반까지,, 집에 도착하니 여덟 시가 되었다.
오늘의 수확은 애호박 5개, 조선 오이 한 바구니 가득, 누렁 호박 1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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