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정도 지나면 추석이다.
어머니께서 세상을 버리신 지 한 달 하고 열흘이 지났다.
무턱대고 집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어 농사일을 나서 보았다.
소중한 어른을 저세상으로 보내 드리고 자책의 시간은 끝이 없으나 몸은 예전 같지 않아 고달프기가 그지없다. 이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받아 보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치레를 단단히 하고 있다. 급기야 종합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아 보기도 하였다.
유월 중순부터 어머니께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신다고 고통을 겪으셖고 덩달아 맏이인 필자는 중환자 대기실 신세가 되어 정신이 없었던 관계로 과수원과 조경수를 식재해둔 작은 밭은 잡초 풀더미로 가득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불편한 몸을 일으켜 과수원을 먼저 둘러보았다. 예상 밖으로 장마 전에 잡초를 한번 해 덕분으로 그다지 피해는 없다.
매실나무의 전정작업 효과도 좋아 잔가지에는 작은 꽃눈이 새가지마다 가득하다.
준비한 조경용 지주목으로 비스덤하니 구부러져 자라는 은행나무를 세우는 작업을 해주고는
바로 의령밭으로 직행하였다.
조경수를 식재한 작은 밭을 먼저 둘러보는데 밭의 중간중간에 밭흙이 휑하니 드러나 있다. 네발짐승의 소행이다. 산돼지가 내려와서 남천, 반송, 무궁화 묘목의 뿌리를 파헤쳐서는 절단을 내놓은 것이었다. 엄두가 나지를 않아 그나마 마르지 않은 남천 몇 포기는 제자리에 되심어 주고 풀더미 속에 파묻힌 반송 소나무 묘목의 주변 풀을 낫으로 대충 베어 주고는 고랑을 삽으로 찔러보니
가뭄이 매우 심각하여 땅은 콘크리트보다도 더 단단해 져있다.
주변 임야의 소나무도 몇 그루는 발갛게 말라있다.
노동은 고귀한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땀범벅으로 일하는 동안에는 잡생각 없이 시간이 유수같이 흐른다.
어머니 생각도 잊어버리고,,,
과수원 풍경
산돼지의 내습을 받은 작은 조경수 밭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