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첫 휴일을 맞아 미루고 미루어 놓았던 과수원 정비작업을 나섰다.
동업자와 첫째를 반강제적으로 동원하여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전정 농기구들을 챙기고 음료수와 먹을거리를 챙기는 것은 제주도부터 시작되는 봄비가 남부를 적신 다음에는 과수원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략 추정해보니 약 3시간 정도의 작업 가능시간에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적한 국도변에는 운행하는 차량이 거의 없어 쉽게 과수원에 도착하였고 과수원 농막에 먹을거리를 부려 놓고는 바로 전정 작업을 시작하였다.
전정작업의 경험이 없는 첫째와 동업자를 한 팀으로 묶어 작업을 하게 한 후 매실나무 전정을 시작하는데 나무 키가 언제 이렇게 자랐나 할 정도로 웃자라 있다.
어차피 우리 식구의 키보다 높게 달린 매실은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밑동 이서부터 강전정 하기로 하였다.
작년 매실을 수확한 이후로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엉망진창의 과수원이다.
그래도 덩굴 잡초를 뒤집어쓴 채 매실나무 가지에는 하얗고 분홍색의 꽃망울이 가득하다.
"꽃이 너무 많이 온 것"이다.
동업자도 매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튼실하고 알이 굵은 과실로 농사짓자고 즉석에서 동의해 준다.
오후 두 시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강행한 전정 작업은 겨우 매실나무만 끝낼 즈음에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와 같이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한기가 온몸을 감싼다.
골짜기 속이라서 그런지 연못에는 아직까지 얼음이 덜 녹은 채로 둥둥 떠있다.
자두나무, 살구나무, 둥시감 나무, 은행, 가시오갈피는 잡초 덩굴만 끌어내리는 정도로 작업을 끝낼 수밖에 없다.
농막에서 점심을 먹자던 계획은 빗방울이 점차 굵어져 차량이 진창에 빠질 것 같아 과수원을 빨리 빠져나와야 되는 사정으로 서둘러 과수원을 벗어났다.
귀갓길에 창녕 공설시장에서 수구레 국밥으로 점심 겸 막걸리를 마시는 즐거움을 누렸다.
아주 근사한 휴일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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