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까치집 유감

왼다리베드로 2012. 3. 22. 15:28

 

 

농원에서 제일 키가 큰 소나무 꼭대기에는 까치 부부가 살고 있다.

이들은 필자가 나무를 심거나 가지치기를 하고 있으면 전봇대나 낮은 가지를 옮겨 다니면서 깍 거리곤 한다. 처음에는 친구처럼 텃새 취급을 해 주면서 서로 교감을 가졌다고 자부를 하면서 지냈는데 작년부터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였다.

옥수수 씨앗에서 콩, 김장무 씨앗까지 파종만 해 놓으면 까치 두마리가 온 밭을 휘젓고 다니면서 먹어치우거나 장난질하여 농사를 방해하곤 하였다.

 

달포 전 농원에 이른 봄바람이 사납게 불더니 커다란 까치집이 부서진 채 떨어져 있는가!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면서 걸쳐진 까치집까지 바람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 이후로 까치 두 마리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말았다.

까치소리도 그때부터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부서진 주인없는 까치집은 그 높은 소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집을 지어 줄 수 없는 노릇. 바로 나무난로의 불쏘시개 신세가 되었다.

 

농원을 방문한 동업자는 지금 신나게 나무난로에 불쏘시개를 쑤셔 넣고는 감자 네알을 난로 속에 간추려 굽고 있다.

연속되는 봄비에 싸늘했는데 난로 온기로 온실 안이 금방 따스해진다.

그리고 이제 감자 익는 냄새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어디선가 멀리 까치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내 집 돌리도~ 내집 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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