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인마이메모리

왼다리베드로 2013. 11. 17. 17:38

고교동기 몇 명이 부부동반으로 격월제로 모이는 친목회의 이름이 구룡회다.

 

대체로 아홉명이 상시적으로 만나는데 그 수는 최대 열두어 쌍이거나 그 아래일 경우도 있었는데 보통 아홉 쌍인 경우가 많아 구룡회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인 40여 년 된 모임이다.

 

회원 중에는 벌써 두 명의 동기가 유명을 달리했고 또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는 사람을 빼면 지금은 일곱 쌍이 만나기만 하면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시시덕거린다.

애들 결혼과 손주들 얘기가 주로 안주거리이고 정치 얘기는 등장 빈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 육십 중반의 나이에 걸맞게  늙어가고 있다고  서로들 잘 느끼고 있다.

 

잘 꾸며진 정원과 국화향이 그득한 호젓한 레스토랑에 차려진 저녁 만찬에는 와인 두병이 목이 긴 유리잔과 더불어 차려져 있고 동부인한 안주인들의 건배 제의로 오랜만에 칼질하는(?) 맛있는 식사에 후식까지 알뜰하게 준비한 주최 측에 모두들 희색이 가득하다.

게다가 누군가의 주문으로 주최 동기의 안주인께서 즉석 '피아노 연주'까지 곁들였으니 그야말로 성대한 만찬이 절정이었다.

 

창밖의 하늘에는 밝고 둥근달이 두둥실하고 잘 다듬어진 조경수에는 크고 작은 조명등을 밝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루미나리에'처럼 찬란하다. 

 

흐르는 연주곡은 "와이먼의 은파".

연주자는 달콤한 와인으로 데워진 감성에다가  강렬하고 감미로운 기교로 반복적인 멜로디를 들려주는데 '교교한 가을밤의 잔물결'을 귀로 보여 주는 듯했다.

 

황홀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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