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여 년 전 제주도 근무기간 동안 회사 사택의 직원 아낙네들께서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단체로 고사리 순을 채집하러 오름으로 산행길을 나선다.
제주도 일원의 360여개의 높고 낮은 오름에는 고사리가 지천에 널려있다.
육지처럼 심심산골이 아니라 집 뒷산만 올라도 한가족 나물거리는 며칠만 수고하면 거뜬할 정도로 많다.
문제는 고사리순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곳을 찾는 방법과 고사리 꺾는 요령은 알아야 하는데 제주도에 전입 순서로 유능해지고 전입 선배 직원이 후임한테 대물림으로 그 요령이 전수되고 살림꾼 아낙네들은 봄이 끝날 때까지 부지런히 고사리를 채집하여 친정집으로 시댁으로 선물하는 경우도 흔하게 보았다.
농원의 비파나무아래 고사리 뿌리를 작년에 묻어 놓았는데 파랗게 새순이 올라오고 있고 어떤 것은 잎까지 활짝 펴 버렸으나 아직 채집하여 나물거리로 하기엔 개체수가 적어서 내년까지는 더 기다려야 한다.
멀리 한라산쪽에서 젊은 아낙네들의 고사리 순 꺾으면서 왁자지껄 떠들며 잡담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