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분홍색 꽃이 한여름 땡볕에 활짝 폈다.
이른 봄 푸르른 잎을 먼저 올려 땅의 양기를 듬뿍 빨아들였다가 양파처럼 생긴 구근에 충분히 저장한 후 그 잎은 노랗게 말라버리고 한여름 열기가 대지를 후끈 달군 후에야 꽃대를 하루 만에 50 센티미터 내외로 밀어 올려 진달래 꽃빛의 꽃잎을 하나씩 피게 한다.
난초 잎처럼 생긴 녹색잎이 먼저 자라서 사그라지고 난 후에 꽃대가 생겨나는 생태적 특징 때문에 잎이 달린 채로 꽃을 볼 수 없는 꽃이다.
옛사람들은 '연인들이 서로 만날 수 없어 그리워 한다'는 의미의 꽃 이름으로 상사화라고 이름 붙였다.
재밌는 내용의 꽃이지만 하룻밤 풋사랑에 울고 첫사랑에 배신당하고 자진하였던 어린 기생의 한탄조 시조가 가슴 저리게 생각나는 그런 가냘픈 꽃이다.
절집의 화단이나 대웅전의 뒷곁또는 언덕에 많이 심겨 있어 송이송이 사연이 궁금 키도 하다.
상사몽
꿈길밖에 길 없는 우리의 신세
님 찾으니 그 님은 날 찾았고야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길 위에서 만나를 지고
지은이 :황진이 호 :명월. 조선 중종 시대의 송도 기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