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가을 나들이는 청도 과수원이다.
동업자와 단둘만 나서는 곳은 일이 반, 노는 것이 반인 나들이고 행선지는 거의 석산 농원이거나 청도 과수원이다.
과수원의 풍경은 가을이 무르익어 둥시감은 발갛게, 오갈피는 까맣게 익어 무게에 못 이긴 감과 오갈피 열매가 가지 끝에 힘겹게 대롱대롱 달려있다.
감수 확전에 먼저 작업한 것은 자두나무 등걸을 잘라내는 일이다. 성목이 되어버린 자두나무 가지가 진입도로를 가로막아 차량 진입을 방해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이참에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둥치째 큰 줄기를 잘라내는 것이다.
이어서 오갈피 열매를 양파망으로 두 개 수확한 후 둥시감 한 상자를 채웠을 때 동업자는 나머지는 다음에 따는 것이 좋다며 서둘러하던 일을 마무리한다.
이슬을 몇 번 더 맞혀야 둥시감의 당도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어릴 적부터 맛보아 온 둥시감에 대한 동업자의 주관적 핑계에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귀가 채비를 도와 수확한 것들을 다 싣고 나니 어느새 가을 저녁은 어둑어둑 깊어져 있다.
동업자의 핑계는 '오늘 일 끝내기는 이미 글렀으니 쉬엄쉬엄 다음에 다시 들러서 야무지게 마무리짓자'는 말 다름 아니다.
가을 나들이는 가볍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