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찾아본 농원은 봄 꽃나무들의 잔치가 한창이다.
대문에서 바로 보이는 벚꽃 두 그루가 분홍꽃이 만발하고 온실 주위에 심긴 노란 개나리꽃이 온실 지붕의 높이를 위협하듯 노란 꽃기둥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속에 보물처럼 숨겨진 '흑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명자나무가 억센 가시를 검붉은 꽃 속에 감춘 채 봄을 뽐내고 있다.
몇 주 전 꽃샘추위 속에 옮겨 심은 소나무들은 사흘간 내린 봄비를 맞아 초록빛이 더욱 풋풋하고 초본류는 할미꽃 꽃잔디 수선화가 꽃대를 올렸고 올해 처음 꽃을 피운 수양 벚꽃도 드문드문하지만 예쁘게 꽃이 피어서 동행해 준 동업자를 기쁘게 했다.
해를 거듭할 수록 농원의 조경수들은 맷집이 튼실해지고 있으나 게으른 농부는 작년부터 갑자기 면역력이 떨어져 해마다 감기몸살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봄이 찾아오는 것이 한편으론 반갑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열흘 이상 목감기로 고생하고 나니 계절이 바뀌는 게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