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안팎의 직장생활 중 삼랑진역은 이제 추억의 그림이 되었음을 지난 주말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양수 발전소가 채려진 천태산 기슭의 꼬부랑길을 초행 길로 찾아가는데 아주 익숙한 작은 언덕의 모퉁이에서 한겨울의 장터 포장마차의 어묵이 담긴 양재기와 소줏병이 데자뷔처럼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게 아닌가?
완행열차와 비포장의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출장 귀갓길에 삼랑진 역 앞에서 언손을 녹이며 선술을 마시던 장면인 것이다.
한참이나 지난 젊은 시절 한컷의 장면이지만 정말 뜻밖의 추억에 잠시 눈가가 촉촉해지며 형용할 수 없는 그리움이 잔물결처럼 스르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양수발전소의 하부 저류지는 중규모의 농업용 저수지 크기이나 국가 기간시설물 임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철망으로 빈틈없이 에워싸여 있어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수 없을뿐더러 가로수로 심겨진 벚꽃은 거의 낙화되고 분홍색 새잎이 완연하다.
그러나 꼬부랑길 경사 급한 상부 저류지로 향한 길은 고도가 높아질 수록 벚꽃의 세력이 왕성해져서 동승한 상춘객들의 찬사가 이어진다.
"여기는 지금 봄이 시작되네!"
" 와우!봄, 살아있네"
처음 찾아본 천태산의 봄은 행복하고 고마운 봄이다.
비록 벚꽃을 즐기려 찾았다가 생뚱맞게도 어느 한겨울의 장터 포장마차 앞에선 나 자신을 상기해 주었을 뿐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