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시작한 한문서예 공부는 이제 먹 갈기와 붓 세워 쓰기가 안정되고 서예의 기초에 속하는 해서 익히기가 한창이다.
한 획 한 획으로 건축(?)되는 굳건한 서체인 해서로 출발하는 글쓰기는 행서를 입문하면 운필을 할 줄 아는 중봉 쓰기가 가능할 정도로 평가받는데 그렇게 되기까지는 쉽지 않다.
해서를 끝낼 즈음에는 글쓰는 이의 자기 선택에 따라 행서 초서 예서 전서를 연마하게 되고 행초서와 다른 휘호 한 가지를 더 쓸 줄 아는 정도가 되려면 보통 십여 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하게 된다.
필자가 공부하는 서실에는 이미 15 ~20 여년의 시간을 투자하신 분들이 많아 국전을 비롯한 각종 서예 경연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을 뿐 아니라 그중 몇 분은사찰의 현판과 주련이나 마을 표지석을 위한 체본 의뢰가 심심찮을 정도이다.
바쁜 일상의 시간중 작은 틈만 생기면 서실로 쫒아 오시는 분들이 보통사람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예상외로 많다.
외골수로 시간을 투자하신 분들께 한국인들의 밑천인 끈기로 자기 성취를 이루셨기에 존경의 마음을 안 가질 수없다.
서예를 익히는 목적이 전업작가에 뜻을 두신 분들도 계시지만 정년퇴직 후 여가활동이나 재능기부를 위한 시간 투자일 수도 있고 손자 손녀들에게 붓글씨를 가르쳐 보시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가지신 분, 연말연시나 중요한 절기에 연하장이나 손부채에 손수 작품을 만들어 선물하기 위해 매진하시는 분도 더러 계신다.
주로 교직과 공직 퇴직자가 많고 현재까지 작은 기업체를 운영하시거나 전업 농사를 짓고 계시는 것을 보아서 경제력이나 마음의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