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밭 귀퉁이에 심긴 둥시감 아홉 그루가 작년부터 제대로 결실을 맺고 있다.
이 밭 저 밭에는 둥시감 반시감을 수확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고 혹시나 감잎 단풍이 발갛게 잘 들었기를 바랐건만 극심한 가뭄때문에 감잎은 말라비틀어져 꼴이 말이 아니다.
가는 도중 동업자왈 "달린 채로 이슬을 맞은 홍시감은 파삭파삭한 게 따서 익힌 홍시보다 훨씬 맛있는데...."
몇 번이나 되뇌더니 과수원에 도착하자마자 홍시 몇 개를 단번에 흡입한다.
보름 전 감 씨알이 작년보다 작은 것은 확인되었기에 크기 구별 없이 수확하였고 씨알이 작은 것 두어 접 정도는 농막 안에 얇은 담요를 펴고 그 위에 널어두었다.
겨우내 매실 전정 작업중에 맛볼 간식거리다. 나머지는 여러분께 선심 쓸 작정으로 차에 실었다.
농막 근처의 매실나무 몇주를 전정하고 나니 금세 어둑해지고 산속 공기가 싸늘해진다.
내년 봄 매실 꽃망울이 맺힐 때까지 전정작업을 부지런하게 해야 한다.
깊어가는 가을 저녁에 둥시감 수확을 마치고 오는 중 수산국수 전문식당에서 해물 부침개 한 장에 구기자 막걸리 한 사발로 얼큰해지니 동업자와 둘만의 가을 나들이가 끝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