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겨울비

왼다리베드로 2016. 2. 13. 19:13

 

 

 

 

 

 

 

 

 

 

 

 

 

 

 

 

설 쇠고 며칠 만에 메마른 대지를 알뜰하게 적셔 주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이틀간에 내린 비가 농원의 연못 세 개를 가득 채우고 나더니 오늘 새벽부터 안개가 자욱하고 빗줄기는 소강상태로 멈칫거린다.

시간별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멈춘 겨울비는 오후 3시부터 다시 세차 질 것이고 내일 새벽쯤 그칠 것이라고 수정 예보된 상태다.

 

기가 막힌 막간의 짬이 생긴 것이다.

 

농원의 정원수 전정작업후 생긴 해묵은 잡목과 닭장 앞의 토종밤과 도토리나무 등등의 낙엽더미를 소각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할 절호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농원 근처에서 근무하시는 산불 감시인의 구박을 피할 수 있고 주변의 단감 밭의 건초더미 같은 단감 낙엽더미도 겨울비에 이미 흠뻑 젖어 있기 때문이다.

 

고교 동창 친구와 둘이서 잡목은 소각 전용 드럼통에서 그리고 비에 젖지 않게 건사해 둔 낙엽 풀덤이는 미리 파둔 구덩이에서 소각하면서 지하수 관정을 가동해 놓고 물 호스를 소각 구덩이까지 끌어다 놓았다.

 

안개가 자욱해서 그런지 태운 하얀연기가 땅에 낮게 깔리다가도 바람이 없는 탓에 주변의 아름드리 소나무에서 월동하는 해충을 쫒으려는 듯 타박하게 자란 솔잎 가지에도 휘감아 스며든다.

 

열흘이 지나면 정월 대보름이고 산불 예방 차원에서 일체의 소각작업은 금지되어 있지만 겨울비의 짬을 틈타 고교 동창친구와 둘이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불장난의 재밀(?) 봤다.

 

그러나 야속 케도 틀림없이 오후 3시에 닭똥만 한 겨울비가 농원 위로 내리 쏟는다.

겨울비답지 않는 소나기다.

 

다 큰 어른이들의 철없는 불장난을 세 시간 만에 끝내 버린 겨울비는 그리고 이틀 동안 더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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