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농업.농사일기)

과수원 갈무리

왼다리베드로 2016. 10. 30. 18:24

 

 

 

 

 

 

 

 

 

 

매실, 반시, 둥시, 은행나무와 오가피가 심긴 과수원의 갈무리에 나섰다.

매년 이맘때면 감작황에 따라 홍시로 숙성되기 전 두어 상자를 따다가 집안에서 숙성시킨 홍시를 맛본 후에 오늘처럼 늦가을 날씨답게 일교차 큰 날씨가 계속되면서 서리가 내려 자연산 홍시가 되면 가지에서 직접 따먹는 즐거움을 누려 왔다.

 

그러나 제일 먼저 감나무쪽으로 간 동업자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뒤통수를 야무지게 때린다.

'감나무에 감이 하나도 없어요!'

무심코 예초기를 결속하다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으나 몇 그루 안 되는 감나무 앞에서 보니 한알도 남긴 없이 누군가 감을 모조리 따 가버려 단풍 든 감나무잎만 무성했다.

 

'굵은 홍시 만들라꼬 꽃도 따주고 애기 감도 솎아주고 비료도 나무마다 듬뿍 주었는데....'

사라진 홍시가 눈에 삼삼하신지 몇번이나 되뇌고 있는 동업자를 달래며 억새 예초작업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 무안하기 그지없다.

모든 게 게으른 농부의 탓만 같아서다.

 

입구에서 농막 컨테이너까지 진입로와 농막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다시 감나무 근처에 가보았지만 까치밥 하나 남겨두지 않고 싹 쓸어 가셨다.

잘 말린 건고추나 값이 좋을 때의 양파 도둑얘기는 들어봤지만 홍시가 되는 반시와 둥시를 절취당해 보니 얼마 되지 않는 농산물로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더욱 어이가 없다.

 

갈무리를 위한 과수원 방문은 찰기있는 가을 햇볕에 반짝거리는 단풍 든 감잎만 몇 번이고 쳐다보고 올 수밖에 없다.

산골짜기에 짙은 땅거미가 점점 잦아들고 있다.

 

올 한해 과수원 농사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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