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우편함 둥지

왼다리베드로 2017. 8. 23. 12:29

 

 

 

 

 

 

 

 

 

 

버려진 우편함을 주워와 빨간 페인트로 치장하고 농원의 대문 옆에 메단 지 3년 반이 지났다.

원래 계획대로 작은 전원주택이 지어졌다면 우편함의 기능을 제대도 했을 테지만 주변여건이 녹록지 않아 꽤 긴 세월이 흘러가 버렸다.

매번 농원을 찾을 때마다 우편함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 옆을 지나치면서도 우편함이 선뜻 눈에 띄지 않는 투명 우편함(?)으로 전락해 버린 지도 오래됐다.

 

어젯밤 내린 비로 촉촉해진 농원을 찾은 오늘 아침 빨간 우편함에 지푸라기가 소복한 물체를 느끼고 가만히 들창을 올려보니 웬걸! 날짐승의 둥지 하나가 소복하게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둥지 속에 산란 흔적은 보이지 않고 어미새의 것으로 보이는 깃털 한 개만 남겨져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대문옆에 그것도 눈에 잘 띄는 빨간색 우편함 작은 구멍 속에 보금자리를 틀다니 여간 대견스럽지가 않다.

사나흘에 한번꼴인 농사일을 이틀에 한 번으로 바꿔야 될 것 같다.

 

산란이 끝난 둥지가 아니길 바라면서 망원 카메라도 챙겨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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