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꽃나무에 꽃이 폈다.
작은 꽃뭉치에서 뿜어지는 비파 꽃향기에 벌들이 홀려 어찌할 줄 모르는 듯 우왕좌왕 번잡하기 그지없다.
집 마당에 심겨진 비파나무는 열매를 따낸 직후 덩치를 줄이기 위해 키가 큰 줄기를 잘라 준 곳에서 새촉이 여러 군데 발아했다.
대설. 동지, 소한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본격적인 동장군이 몰아칠 겨울 날씨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꽃피고 새싹까지 움트고 있으니 비파나무의 식생은 지구환경의 지배를 비껴가는 어떤 특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겨울 초입부터 벌써 목감기의 증세를 보이는 게으른농부는 그저 비파나무가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