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수산시장 입구의 바다 쪽 길 건너편에는 새벽마다 어시장이 선다.
새벽이 끝날 즈음 아침 일곱 시에 도착한 어시장은 아직 동이 터지기 전이라 어둑어둑해서 점포마다 환한 전등을 밝혀놓고 손님맞이가 한창인데 영하의 날씨 때문에 파는 사람이나 사러 온 사람이나 얼굴을 무엇으로든지 가리거나 감고 있다.
봄여름 가을이면 난전에 내놓은 물건들은 갓 잡아온 생선이 흔하게 팔리고 있었으나 오늘 아침에 둘러본 새벽시장에는 거의 냉동 물건이었으며 어종은 설날 제수용으로 쓰이는 돔 민어 조기류가 많이 보였고 생물 고기는 겨울철 별미인 물메기가 많고 문어, 서대, 게 등등이 나왔으나 전부 뻐등뻐등 얼고 있다.
동업자는 날씨 추운날 새벽에 찾은 어시장의 물건에 실망하여 걸음 돌리려다 말고 '그래도 이 추운 날 고생하시는 상인들이 눈에 밟힌다'며 생물 털게 난전 앞에서 머뭇거리다 한판을 사버린다.
바쁘게 종종걸음으로 약 30여분을 둘러 보고 나니 어느새 날이 밝았고 사람들의 얼굴도 보이기 시작했다.
고만고만하게 생긴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의 모습들이 파는 사람, 사러 온 사람들로 뒤섞여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새벽 어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