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마무리 못한 구역과 예초기 연료 부족으로 중단됐던 연못 가장자리에 창궐하고 있는 노랑꽃창포를 잘라주려고 과수원을 다시 찾았다.
과수원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미진했던 구역과 연못 배수로까지 번진 노랑꽃창포를 잘라내느라 두어 시간 용 좀 쓰고 동업자를 찾아봤더니 나름 매실을 따느라고 여념이 없다.
온몸에 힘은 다 빠지고 부실했던 새벽밥으로 점심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뱃가죽이 등에 붙은 것 같다'라고 했더니 좋은 생각이 있다며 서둘러 출발 준비하자면서 행선지는 단골인 벽오동 식당이 아닌 밀양의 홍두깨 식당으로 지정했다.
홍두깨 식당은 처진 올벚나무와 조경 소나무 각 한 그루가 시집간 그 식당인 것이다.
예림서원의 근접거리에 있는 들깨칼국수 식당은 약 250여 평의 넓이로 식당 건물이 크게 자리하고 처진 올벚나무는 식당 옆 연못가에 서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덩치로 우뚝 서 있어 반가웠다.
허기진 배를 채운 뒤에는 초행인 예림서원을 둘러보았으나 여느 서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시물은 흔적도 볼 수 없어 여간 당황스럽지 않았고 자원봉사 안내자도 한 명 없이 문화재 관리라고 하나 할 정도로 허술해서 흡사 동네 일반 재실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서원 껍데기만 서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동업자는 주인 몰래(?) 서원의 대청마루에 등을 살짝 대보더니 '대청마루가 시원하니 정말 좋네!' 하면서 단순한 분위기와 서원의 조경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몇 번이나 말했다.
서원 뒷곁에는 관록 있게 보이는 은행나무 향나무 등등이 폭염의 여름 한낮에 꼼짝도 하지 않고 졸고 있다.